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파이어볼러의 매력이란.
LG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 전형적인 파이어볼러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초반 그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다가 실패한 뒤 선발로 전환시켰다. 벤자민 주키치와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엔 리즈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주키치가 부진에 빠졌기 때문. 리즈는 3일 잠실 삼성전서 선발 등판하기 전까지 21경기서 7승 8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를 14회나 했는데도 승수가 7승. 게다가 완투와 완봉도 2차례와 1차례 있었다. 확고부동한 LG 에이스다.
리즈의 매력은 역시 무시무시한 강속구다. 150km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150km대 후반의 볼도 심심찮게 구사하는 리즈. 이날 삼성을 상대로 마음먹고 나온 모양이다. 경기 초반부터 빠른 볼로 삼성 타선을 윽박질렀다. 경기 초반 무려 161km을 찍었다. 삼성 타자들은 확실히 경기 초반엔 리즈의 볼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리고 리즈는 제구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볼을 던지면 일정하게 탄착군을 형성하기보단 이리저리 ‘날린다’는 표현을 하면 맞는 것 같다. 이게 오히려 타자들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다. 근원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더 주눅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오히려 빠른 볼이면서 제구가 들쭉날쭉하면 가장 치기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리즈의 최대 약점은 볼넷이다. 리즈는 이날 전까지 60개의 볼넷으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리즈는 볼넷을 단 3개만 내줬다. 160km에 육박하는 볼을 던지면서도 제구력이 조뒷받침됐다는 소리다. 이러니 삼성 타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잘 맞은 타구를 내주더라도 힘에서 압도했다. 하지만, 그 3개의 볼넷이 실점과 패전의 씨앗이 됐다.
1회 정형식과 박한이를 연이어 삼진으로 처리한 리즈.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이승엽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에도 선두타자 채태인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박석민과 강명구를 연이어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3회엔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중전안타를 내줘 1사 2루 위기를 맞았으나 정형식과 박한이를 외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4회 1사 후 이승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날 첫 볼넷. 그러자 이후 갑자기 더 흔들렸다. 채태인을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이승엽에게 2루 도루를 내줬다. 박석민에게 1타점 중전적시타를 내준 데 이어 강명구, 이지영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삼성 타선이 한 바퀴를 돌고 두 번째로 리즈를 상대하기 시작한 3회. 리즈의 공은 조금씩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에 맞아나가고 있었다. 리즈가 잠시 흔들리자 삼성 타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리즈는 확실히 성장했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5회엔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정형식, 박한이, 최형우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그러나 6회엔 또 흔들렸다. 선두타자 이승엽과 채태인을 연이어 볼넷으로 내보냈다. 박석민이 보내기 번트에 실패했으나 강명구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 후속 이지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리즈는 정병곤마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최대 위기를 넘겼다. 리즈는 7회에도 정형식, 박한이, 최형우를 연이어 삼진과 범타로 처리했다. 이날 기록은 7이닝 106구 6피안타 9탈삼진 3볼넷 2실점.
투구기록은 너무나도 준수했다. 그러나 볼넷이 결과적으로 실점의 원인이 됐다. 3개의 볼넷은 많은 숫자는 아니었으나 이날 경기 흐름 상 결정타가 됐다. 그래도 괜찮은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주며 파이어볼러의 매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투구수는 106개, 스트라이크를 65개 뿌렸다. 볼이 41개로 다소 많긴 했다. 직구를 75개로 가장 많이 뿌렸고, 슬라이더를 19개, 포크볼과 커브를 7개와 5개 구사했다. 슬라이더를 131km까지 떨어뜨려 직구 스피드를 약간 낮추더라도 무리가 전혀 없었다.
결국 돌아온 건 8승 대신 9패. 하지만, 왜 리즈가 LG 마운드 복덩이로 탈바꿈했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161km짜리 파이어볼러는 분명 진화 중이다.
[리즈.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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