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아베 정권이 말하는 '올림픽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인가
8일, 도쿄 신주쿠에서 혐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새벽,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일레스 IOC총회에서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꼽혔다. 그런데 개최지 선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 이른바 '재특회' 회원들 백여 명이 신주쿠 한인 거리를 지나는 시위 행진을 진행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경찰과 재특회 사이에 교섭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 경찰 측이 "시위를 하더라도 올림픽 유치 결정이 끝난 뒤에 시위를 하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의 목적은, 도쿄 한국인 학교의 '반일 교육'이 문제가 크다며 이 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철폐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교육하는 학교 따위에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시위 규모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시위대보다도 많은 경찰병력과 혐한 시위 반대 세력이 가세하면서 한인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양측이 가진 확성기 소리만으로도 거리 주민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기 충분했다. 주말을 맞이해 한인 거리에 나온 한국인, 일본인들은 놀란 표정으로 이들 시위대를 바라봐야 했다.
재특회는 확성기를 통해 한국인 배척과 한국인 학교 보조금 중지를 외쳤고, 이에 혐한 시위 반대 세력인 '레이시스트 시바키대(인종차별주의자 척살대)'는 "올림픽 개최국이 인종차별이라니, 창피하다", "왜 경찰은 독일 네오나치와 같은 자들의 시위를 방관하냐"며 크게 흥분했다. 일부는 혐한 시위대에 돌진하다가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워낙 혐한 시위 반대 세력의 수가 많다보니 경찰이 혐한 시위대를 철통같이 지키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혐한 시위 반대 세력은 "왜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보호하느냐"며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 행진은 정오에 시작해 오후 2시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끝이 날 때쯤, 행여나 일어날 사태에 대비해 경찰은 혐한 시위대와 혐한 시위 반대 세력을 완전히 분리시켜놓았다.
이날 일본은 도쿄의 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올림픽 유치 전망이 불투명했으나, 결국 다른 경쟁도시를 따돌리고 도쿄가 개최국으로 선정돼 열도는 크게 열광했다.
아베 총리는 크게 감격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 개최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올림픽 정신의 확장을 외친 게 주효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같은 날, 한인거리에서는 일본에 사는 한국인을 배척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한인의 터전 앞에서 대규모 혐한 시위를 벌이며 주민들을 위협하는 발상. 그리고 그것을 표현의 자유라며 방관하는 일본 정부.
과연 아베가 말하는 '국제평화'의 올림픽 정신은 일본 어디 가면 찾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글. 이지호
사진. 권철(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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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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