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클라라가 배우와 방송인 그 미묘한 경계에서 다시 한 번 발목을 잡혔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워킹걸'(제작 홍필름 수필림 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 제작보고회에서 정범식 감독은 폭탄 발언으로 눈길을 모았다. 클라라가 영화 소품인 성인용품을 빌려갔고, 휴대폰으로 신음 소리를 녹음해 들려줬다는 것.
요약해보자면 이런 이야기였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정범식 감독이 배우 클라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
정범식 감독은 클라라가 고마워 말하는 것이라며 "클라라 씨가 연기한 난희가 신상품인 진동이 있는 팬티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있었다. 실제로 있지는 않고 영화적으로 고안해 낸 장치다. 본인이 진동에 맞춰 느끼는 연기를 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얘기할까 싶었다, 그런데 그 전날 나에게 오더니 영화 소품 중 한 기구를 빌려가도 되냐고 하며 빌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날 클라라가 왔다. 우리는 몸의 움직임을 안무라고 한다. 안무를 짜놓은 상태였는데, 말을 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시연을 해야 하나 싶었다. 단 둘이 방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클라라 씨가 그 기구를 써봤다고 했다. 뮤지컬처럼 신음 소리도 나와야 하는 것이다 보니까 본인이 휴대폰으로 녹음을 해왔더라. 이 소리를 듣고 컨펌을 해달라고 하는데 세계에서 아름다운 여성 2위로 뽑힌 분과 그 소리를 듣고 있는데 너무 잘 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덧붙였다.
또 정범식 감독은 "내가 짰던 안무를 말씀 드리고 본인이 연구해 온 사운드와 매칭해나온 신"이라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신인데 많은 남성분들이 매혹될 수 있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정범식 감독의 이런 발언은 클라라가 "한국에서 첫 장편영화"라며 설렘과 부담감을 토로했던 것에 대한 응원의 의미였을 수도 있다. 정범식 감독의 발언 직후 김태우가 "배우로서 감독과 소통한다는 건 창피한 게 아니라 역할에 몰입한 것이다. 상황만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대단한 것"이라고 수습한 것처럼 배우 클라라의 대단함에 대해 말하려던 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방향으로 튀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하기에 적절치 못했던 발언이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여배우에게 수치심을 안겨줄 수도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감독의 말을 마냥 웃어넘길 수만도 없는 일이다. 클라라가 영화에 대한 열정에 영화 소품을 빌려간 적이 있다 정도에서 마무리됐으면 논란 없이 '열정 넘치는 배우 클라라' 정도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의 발언은 이미 안드로메다까지 나아간 후였다.
클라라의 이미지도 한 몫을 했다. 섹시 이미지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지금도 섹시의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는 클라라에게 성인용품, 신음 등의 단어는 이보다 더 자극적일 수 없는 조합이 될 게 뻔했다. 실제 이런 조합들로 이야기들이 퍼져나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돼 온라인을 잠식했다.
클라라는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가 특별했고 캐릭터가 돋보였다. 연기력이 부족한 걸 캐릭터 자체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아직 배우로서는 부족한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첫 장편영화라 열심히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래서 감독님, 선배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나를 난희에 맞추도록 노력했다"며 이 영화를 찍기 위해 그리고 배우로 진짜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전했다. 소품인 성인용품을 빌려가고, 굳이 신음소리까지 녹음해 와 감독에게 컨펌을 받으려 한 것 역시 그런 노력의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클라라는 배우로서 완전히 정착하지 못했다. 드라마 '결혼의 여신', '응급남녀' 등에 출연했지만 아직 방송인과 배우 그 미묘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 클라라다. 자신의 말처럼 어색한 연기력이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고, 그의 섹시한 이미지 때문에 연기력이 폄하 되는 일들도 있다.
이런 클라라는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이미지를 갖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섹시한 이미지를 좀처럼 벗어낼 수 없음에도 박학다식한 성(性) 전문가이자 성인용품샵 CEO 난희 역을 맡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다시 한 번 좌절되고 말았다. '워킹걸'을 볼 때마다 주위에서 '정말 저런 연기를 해도 되는 걸까'라는 걱정이 될 정도로 작정하고 연기했다는 배우 클라라 보다는 성인용품을 빌려간 클라라, 신음 소리를 녹음해 온 클라라가 생각날 테니 말이다.
[클라라.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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