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일본 팬들은 나 자신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 한국 팬들도 그렇게 열정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나를 좋아해 줄 거라 믿었다. 응원 문화도 일본과 비슷하다고 들었다. 한국과 일본 팬들은 즐길 줄 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이 2년 전 동료들과 재회할 수 있을 것인가. 한화는 23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2군과 연습경기를 치른다. 지난 18일에도 요코하마와 연습경기를 가졌지만 2-18 대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당시 모건은 오키나와에 없었다. 이틀 뒤인 20일 오키나와 합류 통보를 받았고, 동료들과 재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메이저리그에서 '악동' 꼬리표를 달고 살던 모건은 2013년 일본 진출을 계기로 새사람이 됐다. 확고한 위계질서 속 공동체를 중시하는 동양식 예절을 제대로 배웠다. 모건 본인도 "일본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법(Respect)을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과의 첫 만남서도 90도로 인사했다. 당시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셋 중에 인사 제일 잘하더라"며 흡족해했다.
2013년은 모건에게 터닝포인트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사고뭉치로 통했던 그가 일본에서는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플레이 하나하나에 성실하게 임했다. "난동 피우면 집에 보낼 것이다"고 엄포를 놓았던 김 감독도 "악동 이미지는 옛날얘기다. 요코하마에서 모범생이었다. 옛날 일 갖고 얘기할 필요 없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일본 팬들이 아직 모건을 그리워하듯, 모건에게도 일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고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당시 동료였던 구니요시 유키, 이노 쇼이치, 이시카와 다케히로(당시 주장), 야마구치 ??, 야마자키 노리하루 등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긴조 다쓰히코가 FA로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정말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지난 15일 2군 전지훈련 출국 전에도 "요코하마와 연습경기가 잡혀 있는데, 예전 동료들을 만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며 "경기에 나선다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반겼다. 당시 모건의 오키나와 합류 여부는 불투명했다. 그는 "오키나와 합류는 감독님 결정이다. 나는 야구에만 집중하고 훈련하겠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그리고 닷새 만에 김기현과 함께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탔고, 2년 전 함께했던 동료들과 재회할 기회를 얻었다.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모건은 오키나와 합류 다음날인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 출전했지만 3타석 2타수 무안타 1사구를 기록한 뒤 교체됐다. 전날(22일) KIA 타이거즈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요코하마전 출전 여부도 불확실하다. 만약 경기 조에 포함돼 기노완구장으로 이동하게 되면 요코하마 시절 동료들 일부를 다시 만날 수 있다. 2군 캠프지만 이데 쇼타로, 우치무라 겐스케 등은 익숙한 얼굴이다.
일본에서의 좋은 기억은 한국행을 택한 계기 중 하나였다. 그래서 요코하마 시절 동료들과의 재회가 의미 있다. 모건이 경기 조에 포함돼 소원을 풀 수 있을까. 또 다른 흥밋거리다.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오른쪽)이 선수단과 첫 만남에서 90도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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