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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Twinkle Twinkle’로 데뷔하고 루싸이트 토끼의 두 멤버도 어느새 아홉 살을 더 먹었다. 실용음악과에서 정식으로 음악 만드는 법을 배워 벨 앤 세바스찬에 일렉트로닉을 버무려보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지난 앨범 석 장을 겪으며 무르익었고 때론 변화, 진화해왔다. ‘L+’는 이 꾸준한 여성 듀오의 네 번째 정규 앨범으로 비트와 멜로디, 사운드 등 모든 면에서 전작들에 비하면 다소 무겁고 또 차갑다.
가령 ‘Wallflower’와 ‘아름다운 사람들’의 냉기는 분명 이들의 성숙된 모습, 내면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반면, 31초짜리 소품곡 ‘품’과 피아노, 보컬이 사이좋게 뻗어가는 ‘콩벌레’는 그래도 아직 남은 소녀 감성의 돌출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돌출인 이유는 내가 있기 위해 없어선 안 될 타인들 즉,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주제인 이번 앨범에서 좀 더 귀 기울이게 되는 ‘You who’와 공허한 ‘내가, 네가’가 작품의 쓸쓸한 전체 인상에 다시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작에선 언뜻 언뜻 고민을 넘어 고뇌가 느껴진다.
이번 음반, 아니 루싸이트 토끼의 음악은 1집 정도를 빼면 사실 한 번에 와닿는 음악은 아니었다. 이 말은 그들 음악 수준과 대중의 이해 사이가 강의 여기와 강 건너처럼 멀어서일 수도 있고, 앨범 단위 보다 곡(싱글) 단위를 선호하는 요즘 대중의 입맛에 루싸이트 토끼가 그다지 맞(추)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 ‘Every you’나 ‘콩벌레’ 정도가 아니면 싱글로서 퍼뜩 대중의 뇌리에 맴돌 곡을 찾기 쉽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다. 이들은 분명 앨범 단위를 즐기는 팝 듀오이고, 그래서 여러 번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앨범을 이들은 앞으로도 기어코 만들어낼 것이다.
“음악은 날 만들기도, 망치기도 하는 것”이라는 조예진의 인터뷰를 기억한다. 음악을 통해 그는 만들어졌고, 음악을 선택한 탓에 포기해야 했던 것들은 그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느덧 결성 10주년을 눈 앞에 둔 루싸이트 토끼. 이제 음악은 더 이상 그를 또는 그들을 망치는 일 따윈 없을 게다. 둘은 둘만의 방식으로 계속 음악을 만들 것이고, 만들어진 음악은 다시 둘을 둘로서 만들어 줄 것이기에. 마지막 ‘Weekend blues’를 들으며, 문득 그런 확신이 들었다.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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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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