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이쯤되면 노인 전문배우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2012년 영화 '은교'(감독 정지우)에서 소녀의 젊음에 매혹당하는 시인 이적요 역으로 파격 노인 분장을 했던 박해일이,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제작 호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는 김장한의 인생을 보여주는 만큼, 또 한 번 노역(老役)에 도전했다.
'은교'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인 이적요 역으로 출연했다면, '덕혜옹주'에서는 1920년대, 20대의 젊은 김장한에 이어 1960년대로 넘어와 기자가 된 장한을 보여주며 덕혜옹주(손예진)과 함께 그의 일대기를 얼굴로 보여준다.
"'덕혜옹주' 시나리오 안에 50대의 나이를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거부감이 있다면 멈췄어야 했는데 이야기에 계속 빨려 들어갔어요. '은교'로 충분히, 제대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나아질 수밖에 없겠다 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심지어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죠.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다가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나이대를 확장했다는 무기를 장착한 것 같아요."
두 번째 노역이다. 박해일은 스태프들에게 노인 분장의 대부분을 맡겼다. '은교' 이후 다양한 드라마, 영화에서 젊은 배우들의 노인 분장이 많이 시도됐고 전문 스태프들까지 꾸려지며 기술도 좋아졌다. 이에 '덕혜옹주'에서는 더욱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얼굴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여기에 박해일의 노역 노하우까지 더해졌다.
"저는 해봤지만 노인 분장을 처음 해본, 심지어 여배우인 손예진 씨는 좀 더 어려울 수 있는 분장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대를 처음 연기할 때, 본인의 의지대로 안보여질 수 있지만 연기로 커버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고요."
박해일은 앞서 생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증명사진'에 대해 언급했다. 포털사이트에 있는 증명사진 같은 프로필 사진이, 자신이 스스로 업로드한 것이라고 밝혀 당시 실시간검색어 1위가 되기도 했다. 사인도 정직한 글씨로 '박해일'이라고 적는 그는, 특유의 선비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제가 제 얘기를 하는 것이 가장 쑥스러워요.(웃음) 일단 사인은 안 변했고 주변에서 선비같다고 말하시는 것도 나쁜 표현이 아닌 것 같아서 부담이 없어요. 그런 표현들을 보면서, 제가 남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알게 됐고요. 증명사진도 바꾼 지는 꽤 오래됐는데 다들 제게 관심이 없으셔서 이제 아신 것 같아요. 라디오를 통해 그런 반응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는데, 사실 잠깐 이러다 말겠지 싶었어요.(웃음)"
[배우 박해일.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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