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병호도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넥센 박병호는 28일 고척 LG전서 호쾌한 한 방을 터트렸다. 홈런만큼 인상 깊은 장면이 27일에 있었다. 연장 10회말 김재현의 끝내기 2루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그 경기. 당시 박병호는 0-2로 뒤진 4회말 무사 2루서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무사 1,3루 찬스. 동점 혹은 역전도 가능한 상황. 김하성 타석에서 볼카운트 1B1S가 됐다. LG 선발투수 헨리 소사가 3구를 던지려고 하자 박병호가 2루로 뛰었다. 결과는 태그아웃. 넥센은 이후 김하성이 적시타를 터트렸다. 박병호의 도루실패가 뼈아팠다.
스코어, 타순 연결을 감안하면 굳이 박병호가 뛸 상황이 아니었다. 혹시 박병호의 사인미스가 아니었을까. 장정석 감독은 "누구도 사인을 미스하지 않았다. 내가 도루 사인을 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병호도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박병호는 KBO 통산 872경기에 출전, 59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2012년에는 20개의 도루를 할 정도로 도루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지는 않았다. 2013년과 2015년에 10개, 2014년에 8개의 도루에 성공했다.
홈런, 장타에 집중하다 보니 도루는 가급적 자제했다. 50개 넘는 홈런을 치던 시절에도, 3년만에 돌아온 올 시즌에도 넥센 타선은 강하다. 굳이 박병호가 도루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도루를 하다 혹시 다치면 엄청난 손해다.
장 감독 역시 박병호는 말할 것도 없고, 중심타자들에게 굳이 도루를 강요하지 않는다. 희생번트 사인도 많지 않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즐비하다. 화끈한 한 방과 연타로 승부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넥센만의 장점을 살리는 건 당연하다. 상대 배터리도 박병호가 누상에 나가면 거의 견제하지 않고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때로는 상대의 의표를 찌를 필요가 있다. LG의 경우 내야진은 개막전부터 꾸준히 실책을 하며 다소 위축됐다. 결과적으로 박병호가 도루에 실패했지만, 성공했다면 넥센으로 흐름이 확 넘어갈 수도 있었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수 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각 팀들은 데이터를 참고,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온다. 넥센을 상대하는 팀은 당연히 넥센의 장타력을 가장 경계한다. 이때 때로는 기동력으로 흔들면, 상대가 받는 데미지는 두 배다. 타자들이 매 경기 장타를 펑펑 칠 수는 없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상대하는 팀의 대비는 쉽지 않게 된다. 넥센만의 확고한 컬러를 가져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의외의 무기가 날카로운 한 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간혹 승수를 쌓는다면 순위 다툼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좀 다른 얘기지만, 27일 경기서 백업포수 김재현의 끝내기 2루타도 당한 LG로선 의외의 일격이었다. 김재현이 끝내기 안타를 날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넥센 포수진의 공격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런 이미지가 쌓일수록, 넥센은 까다로운 팀이 된다.
따지고 보면 박병호의 도루실패는 넥센이 좀 더 까다로워지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이다.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입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장 감독은 "희생번트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작전도 많이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간혹 번트 사인도 내고, 히트&런도 하려고 한다. 이것저것 시도할 것이다. 상황에 맞게 움직이겠다"라고 말했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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