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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JTBC ‘정치부회의’에서 ‘정반장’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정강현 기자가 산문집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푸른봄 출간)를 펴냈다.
정강현 기자는 200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대중가요, 문학)를 거쳐 다시 사회부로 옮겨와 2년간 시경캡으로 일한 뒤 2016년 JTBC로 발령받아 현재까지 ‘정치부회의’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인디음악의 풍경을 담은 ‘당신이 들리는 순간’, 불안한 청춘에게 시를 통해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 ‘다행이야, 너를 사랑해서’, 신문사 사건 담당기자로 일하며 붕괴된 세계에서 특정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집 ‘말할 수 없는 안녕’을 썼다. 2013년 7월부터 1년 8개월 남짓 기간 동안 팟캐스트 ‘소소한 책수다’를 통해 ‘그 남자의 책’ ‘시와 음악 사이’ 등의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약력에서 알 수 있듯, 정강현은 팩트의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인 동시에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소설을 쓰는 작가이면서 시와 음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문사(文士)다. 첫 글 ‘뭉클함’부터 마지막 글 ‘우리는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의 산문은 독자의 마음 속 깊이 고여있는 눈물샘을 톡 건드려 흐르게 만든다.
좋은 산문집은 리듬감이 살아 있다. 대중음악에 조예가 깊은 저자의 내공은 책의 구성에도 드러난다. 그는 “대개 서른 즈음부터 마흔 즈음에 걸쳐 썼던 에세이를 묶은 것”인데, “1~3부는 글을 독해하는 정서적 리듬을 고려해 배치한 글들”이고 “4부 ‘시와 음악 사이’는 팟캐스트 ‘소소한 책수다’ 속 코너명”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각 부의 첫 글에 부의 특성을 반영하는 내용을 배치해 안정감 있는 균형미를 추구했다.
1부의 첫 글은 ‘뭉클함’이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뭉클함이 자주 맺힐수록 배려와 관용의 폭이 넓은 사회가 될 것이다”라고 읊조린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응축하는 테마이면서 1부에 실린 글의 분위기를 이끈다. 척추장애를 앓았던 국회의원 곽정숙의 분투,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 이제 늙고 병들어가는 부모에 대한 안타까움, 박완서 작가의 빈소에서 느낀 감정 등이 독자의 마음 한 구석에 맺힌다.
2부는 ‘다정의 질병’으로 시작한다. “다정은 번민을, 번민은 고통을 낳는다. 다정은 고통의 질병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타자를 향해 끝없이 마음을 펼치는 그의 내면 풍경이 새록새록하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을 읽고 타인의 고통 감수성을 이해하는 그는 피시방이나 비디오방처럼 ‘눈물방’을 만들어 삶의 어느 고비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의 정서적 탈출구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자유 죽음’을 실행하려는 사람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자고 다짐하는 글에선 소외되어 갈 곳 잃은 사람들을 보듬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
‘기대는 기대는 것’으로 문을 연 3부는 간절히 바라는 일일수록 현실과 멀어지는 것 같은 순간을 포착한다. 문학기자로 즐겁게 살아가다 어느날 느닷없이 사건기자로 발령났을 때 느꼈던 분통함 속에서 “인생이란 대체로 제 뜻과 무관하게 흘러간다는 진리”를 되새긴다. 팟캐스트 ‘소소한 책수다’에서 습관처럼 자주 쓰는 표현인 ‘어떻게 보면’의 세계관을 “확실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에선 불확실한 세계의 옹호자로 남아 무수한 오답들을 처리하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저자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는 4부 ‘시와 음악 사이’에는 7편의 글이 실려있다(팟캐스트에선 더 많은 ‘시와 음악 사이’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앞머리는 ‘시를 읽어야하는 이유’다. 시를 읽으면 “언어의 구멍에 오래 머물며 사색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오직 무목적의 시간 속에서 나의 내면에만 집중해 영혼을 한뼘 자라게 하는 일이라고 ‘시 읽기’를 권유한다.
김영승의 ‘흐린 날 미사일’과 크라잉넛의 ‘취생몽사’를 연결시켜 무용한 시간과 일상에서의 탈출을 떠올리고, 오은의 ‘분더컴머’와 옥상달빛의 ‘하드코어 인생아’를 포개얹어 아직 초인종이 눌러지지 않은 서른 즈음의 청춘을 노래한다.
장석남의 ‘얼룩에 대하여’를 읽고 이상은의 ‘삶은 여행’을 들으며 나의 삶은 어떤 여행이고, 지금쯤 어디를 여행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손택수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와 천지인의 ‘청계천 8가’를 겹쳐내며 가난을 견디며 생을 버티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낭독하고 이승환의 ‘물어본다’를 청취하며 고독한 존재가 되어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최두석의 ‘한장수’와 이승환의 가족‘을 읽고 들으며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고통에 가슴 아파한다.
‘시와 음악 사이’의 마지막은 김소연의 ‘눈물이라는 뼈’와 줄리아하트의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장식하며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한번쯤 되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산문집다운 마무리다.
정강현 기자는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고 “소설이란 나 아닌 사람들에게서 나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어떤 기적적인 공감의 전류가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도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기적적인 공감의 전류”가 당신 마음 속에 흐를 것이다.
[사진 제공 = 푸른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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