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더 이상 숨어사는 외톨박이가 아닌 ‘스타 심마니’
‘왁자지껄 심봤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지난 9월 7일부터 9월 16일까지 개최된 2018 함양산삼축제는 지역축제의 교과서로 삼을 만큼 기본에 충실했다.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수차례 지역 축제의 메가폰을 잡은 필자는 습관처럼 ‘축제가 끝난 뒤’의 반응까지 살펴보곤 하는데 2018 함양산삼축제는 열에 여덟아홉은 좋다는 평가였다. 아무리 혼신을 다해서 준비하고 진행과정이 완벽했다고 하더라도 축제 현장을 찾은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평판이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면 김이 확 샌다. 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 총감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에 등이 휠 정도다.
그래서 더 더욱 지역축제에 올 인을 하게 되는데 ‘2018 함양산삼축제’는 서춘수 함양군수를 비롯, 축제 담당자 모두가 발 벗고 뛴 흔적이 여기 저기 배어 있어 참 좋았다. 경상남도 함양군은 지리산과 덕유산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으로 한 때는 산간오지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백두대간이 뻗어 내려오면서 특히 함양에는 천 미터 이상 되는 산을 열 개가 넘게 두었다. 그야말로 산삼(山蔘)이 자라기에 딱 좋은 천혜의 조건! 산삼이 자생하는 천혜의 땅이지만 참으로 귀한 보물이기에 심마니들은 함부로 산을 대하지 않았다. 입산(入山)을 하기 스무날 전부터 몸과 마음을 청결하게 하고, 산에 들어가서도 산신령의 점지를 받기 위해 자연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던 심마니는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숨어사는 외톨박이로 불렸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펴낸 <숨어사는 외톨박이>에서는 심마니를 “전통문화의 응달에서 오천년을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현대 문화라고 부르는 새로운 문화의 빛에 바래어 우리 곁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런 심마니가 2018 함양산삼축제에서 스타로 재탄생했다.
예술과 문화를 접목한 2018 함양 산삼축제
2018 함양산삼축제가 열린 상림공원은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유서 깊은 곳이다. 이 공원은 당대 한류스타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관여한 곳으로 현재 천연기념물 제 1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상림공원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확 트였을 텐데 여기서 산삼과 심마니를 만났으니 이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 건강충만. 행복충만 했으리라고 본다. 이번 함양 산삼축제는 산삼과 심마니의 역사문화 등을 보고, 즐기고 맛보며 체험을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활용하여 축제 프로그램으로 재 탄생시켰고, 가족단위로 산삼의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깊은 배려를 했다는 게 여실이 느껴졌다. 사실 산삼축제는 문화예술 축제라기 보다 산업형 축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자칫 장삿속 축제라는 인식이 팽배할 수도 있는데 이번 축제는 그런 걱정을 많이 불식시켰다.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이 늘 주장하는 ‘가족단위 오감만족’이 잘 실현됐다.
산삼을 예술과 문화를 접목해 관객이 흥겹게 즐길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줬고 관광객들은 즐기고, 구경하고, 체험하며 오감을 만족했다. 초가 부스 주변 길은 조선시대 열악한 길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진흙길에 유모차가 빠져 아기 엄마들이 애를 먹기도 했고, 관광객들은 그런 엄마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경험은 ‘불편한 길’을 뛰어넘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좋은 추억’은 지역축제의 중요한 자산이다. 오래 간직하고 싶은 좋은 추억을 담은 관객은 그 다음해에 반드시 또 오게 돼 있다. 가족단위로 오감만족을 느꼈다면 이미 그 지역 축제 마니아. 이번 2018 함양산삼축제가 바로 그런 축제였다.
서춘수 함양 군수가 주도한 이번 산삼축제 복기(復碁)
복기(復碁)란 바둑이 끝난 뒤 양 대국자가 서로의 잘잘못을 되짚어보기 위하여 방금 두었던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되풀이해 보는 것을 말한다. 단수가 높은 전문 바둑기사들이 단 한 수의 착오도 없이 정확한 복기(復碁)를 할 수 있는 것은 왜 바둑알을 그곳에 두는지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두기 때문. 복기를 하는 이유는 의미 있는 돌들만 살아남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지난 11월 26일 군청 회의실에서 ‘2018 함양산삼축제’를 복기하면서 냉정한 결산을 했다. 이날 함께 한 함양 산삼축제 관련자과 축제전문가들은 차 없는 거리 등 체계적인 동선을 확보하고, 전통초가부스를 통한 삼삼축제의 정체성과 관람객에게 과거 추억을 제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역축제 총감독을 맡아 본 경험이 풍부한 필자 역시 앞에서 이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2018 함양산삼축제는 개막을 알리는 고유제부터 마지막 피날레까지 ‘산삼’과 ‘심마니’라는 두가지 정체성을 끝까지 끌고 갔다. 대부분 지역 축제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을 받는데 함양산삼축제는 정체성을 고수했다. 산양삼캐기체험/ 황금산삼을 찾아라/ 심봤다!소리지르기/ 심마니 밤 소풍(밤소풍캠핑, 라디오 DJ, 플레이존)/ 심마니 저잣거리체험 등은 청정 함양산삼의 우수성을 알리는 디딤돌이 되었다.
2020 함양산삼 항노화엑스포 절체절명의 중대한 과제
이미 막을 내린 2018 함양산삼축제와 내년에 열릴 2019 산삼 축제는 <2020 함양산삼 항노화 엑스포>의 시금석이자 초석이다. 때문에 올 해의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내년 2019 함양산삼축제는 <2020 함양산삼항노화 엑스포> 본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야심차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고 뚝심 있게 총대를 메고 갈 당찬 축제전문가가 필요하다.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중지(衆智)를 모아 빈틈없이 계획된 프로그램을 일사천리로 밀고 나갈 축제 총감독을 선정해서 ‘축제를 지원하는 경상남도’와 ‘실행을 하는 군(郡)’ 그리고 ‘축제현장을 찾는 내외국민’이 삼위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함양산삼이 세계인의 웰빙 식품이 되도록 짱짱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2020 함양산삼 항노화 엑스포>라는 밥상에 무엇이 차려졌는지, 또 어떻게 먹어야 실속이 있는지 미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고 홍보대상을 세분화 한 차별화된 전략도 필요하다.
경상남도 함양에서 자생하는 산삼은 예부터 ‘고려 산삼’으로 이름을 떨쳤다. 고려 산삼의 유래는 노자의 약용설과 한방 본초학의 효시인 신농씨의 약초 발견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맛을 보고 식물의 독성 여부를 기록했다는 <신농본초경>에는 산삼은 상약 중의 상약으로 구분 짓고 있는데 함양군 서상면 남덕유산이 바로 고려 산삼의 자생지였다. 이곳에서 캔 이 삼산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과의 교역품으로 귀하게 활용되었고 자연적으로 함양 일대는 심마니들의 성지가 되었던 것. 특히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초(산삼)를 구하러 서복을 보낸 곳이 바로 함양군 마천면 서암동과 삼봉산, 서상면 서래봉. 서복이 배를 타고 남해에 당도해 구례 서시천과 지리산(방잔산)을 거쳐 함양으로 들어 왔던 것인데 이런 스토리를 콘텐츠화 하는 것도 서천수 함양군수가 안고 있는 당면 과제 중 하나라고 본다. 함양 산양삼은 지리산과 덕유산의 유기게르마늄 토양에서 맑은 공기와 물을 먹고 자란 명품 중의 명품이다. 특히 함양은 전 지역이 게르마늄 토양으로 되어 있어 함양 산양삼은 항암효과가 매우 높은 컴파운드 K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좋은 함양 산양삼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 온 만큼 털끝만한 오류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상남도와 함양군이 공동주최하는 엑스포는 오는 2020년 9월 25일부터 10월14일까지 20일간 함양군 상림공원과 대봉산 산삼휴양밸리 일원에서 열린다. '1000년의 산삼 생명연장의 꿈'이라는 주제로 산삼항노화 건강식품 산업의 국제교역과 전시·공연 ·체험·관광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 세계 속의 산삼한류문화를 육성하고자 시작한 함양산삼축제가 국민건강 문화관광축제를 뛰어 넘어 <세계 건강을 책임지는 산삼항노화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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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 수상경력;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수상) 외 다수
- 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를 비롯 10여개 지역 축제 역임
- 한국 축제 자문위원
-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제이스토리미디어대표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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