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고동현 기자]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타자로 뛰었던 선수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하재훈(SK 와이번스)은 2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개막전에 등판, 1이닝 무안타 1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동점 상황에서 등장해 팀이 득점을 뽑으며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 기쁨까지 누렸다.
신인 드래프트 때 해외 유턴파 지명으로 재미를 봤던 SK의 지난해 선택은 하재훈이었다. SK는 하재훈을 2라운드 6번(전체 16번)으로 지명했다.
이보다 놀라운 것은 그를 '타자'가 아닌 '투수 하재훈'으로 호명했다는 것. 드래프트 이후 SK 관계자는 "하재훈은 투수로만 생각했다. 일본에 있을 때도 체크를 했다"라며 "150km에 가까운 공을 던진다. SK에서는 불펜투수로 쓸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기간 뛴 하재훈은 트리플A 무대까지 밟았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일본 독립리그에서도 뛰었다. 한 시즌(2015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타자로 활동했다. 작년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도 투수로 조금 뛰었지만 선수가 부족해 던진 '알바 개념'이었다.
지난해 9월 드래프트 이후 6달이 지났다. 하재훈은 SK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투수 MVP로 선정됐으며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에 나서 3이닝 2피안타 6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재훈은 시즌 첫 경기에서 KBO리그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상황은 부담스러웠다. 4-4 동점에서 나왔으며 더군다나 상대해야 할 타자는 3번 강백호-4번 멜 로하스 주니어-5번 유한준이었다.
전혀 흔들림 없었다. 하재훈은 강백호를 상대로 패스트볼로 연속 헛스윙을 유도한 뒤 삼진을 솎아냈다. 결정구는 커브였다. 패스트볼만 기다리고 있던 강백호는 타이밍을 전혀 맞히지 못하고 제대로 된 스윙도 하지 못했다.
이어 로하스를 상대로도 구위로 상대를 압박했다. 볼카운트 1-2를 만든 뒤 5구째 2루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어 유한준은 좌익수 플라이. 이번에도 유한준의 배트가 하재훈의 구위에 밀렸다.
결과도, 과정도 완벽했다. 하재훈이 개막전 기세를 앞으로도 이어가며 '투수 성공시대'를 쓸 수 있을까.
[SK 하재훈.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