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KBL 적응을 마친 크리스 맥컬러(KGC인삼공사)가 연일 존재감을 과시, 하이라이트 필름을 연출하고 있다. 김종규(28, 207cm)를 상대로 터뜨린 인유어페이스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김종규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우리 팀의 마지막 수비수’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수비에 임하다 보니 나온 상황이었다는 게 김종규의 설명이었다.
맥컬러는 지난 14일 열린 원주 DB와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서 39득점을 쏟아 부었다. 또한 김종규, 칼렙 그린을 상대로 연달아 인유어페이스를 터뜨리기도 했다.
맥컬러에게 인유어페이스를 허용한 김종규 역시 뛰어난 탄력을 지닌 센터다. 앨리웁덩크슛을 수차례 만들어내는 등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실제 김종규는 프로 데뷔 후 총 243개의 덩크슛을 터뜨렸고, 이는 이승준(전 SK·239개)을 뛰어넘어 국내선수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다만, 김종규는 인유어페이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맥컬러에 앞서 리카르도 포웰, 조 잭슨을 수비하는 과정에서도 인유어페이스를 허용한 전례가 있었다. 특히 김종규보다 신장이 약 27cm 낮은 조 잭슨이 터뜨린 인유어페이스는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해석하기 나름일 수 있지만, 사실 인유어페이스를 허용한 선수에게 ‘굴욕’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마지막까지 실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비를 한 것이고, 열심히 수비에 임한 상대선수가 있었기에 인유어페이스도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실제 이동준(당시 삼성)이 후안 파틸로(당시 KGC인삼공사)에게 손쉬운 덩크슛을 허용하자, 김동광 감독은 작전타임을 통해 “이동준! 그렇게 무서워서 어떻게 농구할래? 나는 여기(골밑) 들어오는데 피해주는 사람 처음 봤어. 그럼 너는 인삼공사 팀이냐?”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종규는 이에 대해 “농구를 하다 보면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가 언제든 만들 수 있는 게 인유어페이스다. NBA에서는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도 당한다. 국내선수가 인유어페이스를 성공시키면 더 이슈가 되겠지만, 다음 플레이만 생각할 뿐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맥컬러에게 허용한 인유어페이스도 잊고 있었는데 방금 얘기하셔서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물론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를 향해 항상 점프하며 수비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 반칙을 범해 추가 자유투를 허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수비 대신 곧바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위치를 잡는 게 필요한 순간도 있다. 수비수 입장에선 찰나에 판단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김종규는 “상대의 스텝, 내가 수비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보면 오히려 앤드원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 있다. 그럴 땐 2득점을 내주고 빨리 공격을 전개하는 게 낫다. 물론 그 상황이 접전이라면, 득점을 허용하더라도 같이 (점프를)뛴다. 그러다 보니 하이라이트 필름을 많이 내줬지만, 나는 ‘내가 우리 팀의 마지막 수비수’라는 마음가짐으로 수비에 임한다”라고 전했다.
DB는 맥컬러를 봉쇄하지 못해 KGC인삼공사에 88-98로 패했지만, 15일 열린 고양 오리온전에서는 82-73으로 이기며 4연패 사슬을 끊었다. 김종규는 이날 3점슛 2개를 모두 성공시키는 등 24득점 7리바운드로 활약하며 DB의 승리에 앞장섰다.
개막 5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DB는 이후 주축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경기력의 기복이 컸다. 하지만 김종규를 앞세워 분위기를 전환했고, 오는 21일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는 치나누 오누아쿠도 복귀할 예정이다.
김종규는 “오리온을 이겨서 분위기 전환이 되긴 했지만,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팀원들과 점진적으로 호흡을 끌어올려 앞으로 조금씩 경기력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종규.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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