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200승 그런 거 별 의미 없어요."
우리은행 위성우(48) 감독이 18일 KEB하나은행과의 홈 경기서 WKBL 역대 사령탑들 중 최초로 정규경기 200승을 돌파했다. 임달식(55) 전 신한은행 감독(199승)을 밀어내고 정규경기 최다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위 감독의 200승은 특별하지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위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다. 2012-2013시즌 데뷔한 이후, 위 감독 농구철학의 베이스는 굳건하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수비와 허슬플레이다.
여기에 박혜진, 임영희(은퇴), 김정은의 공격력과 세트플레이, 외국선수의 공수생산력을 더해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통합 6연패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박지수의 KB에 왕좌를 넘겼지만, 여전히 위 감독의 우리은행 농구는 끈끈하다.
위 감독은 "감독이 되고 KDB생명과 첫 경기서 이겼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감독이 자기가 몇 승 했는지 세어볼까. 아니다. 200승도 얼마 전에 (구단이) 말해줘서 알았다. 200승 그런 거, 별 의미 없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WKBL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지만, 위 감독에게 7년 전 사령탑 첫 승 경기와 이날 200승 경기의 무게감은 같다. 매 시즌 중 치러야 하는 한 경기라는 것. 그저 철저히 매 경기 특유의 끈끈한 농구를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것에만 몰두한다.
이날 역시 우리은행은 우리은행답게 했다. 11월 국가대표팀 휴식기 이후 컨디션이 상당히 올라온 르샨다 그레이가 마이샤 하인즈 알렌을 압도했다. 그레이는 투박해도 힘이 좋다. 강력한 몸싸움과 수비로 림을 보호했고, 공격에선 박혜진, 김정은과의 2대2가 좋았다. 중거리슛도 선보였다. 마이샤는 1쿼터에 탑에서 그레이에게 뚫리자, 따라가지도 않는 모습까지 있었다.
그레이가 중심을 잡고, 우리은행 특유의 왕성한 수비 활동량으로 하나은행을 위축시켰다. 많은 활동량은 리바운드 우세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하나은행이 가장 잘 하는 얼리오펜스를 최소화시켰다. 4쿼터 막판 2점차까지 추격 당했지만, 3분2초전 공수겸장 김정은이 강이슬의 3점슛을 블록한 뒤 직접 중거리포를 꽂았다. 1분15초전에는 마이샤의 결정적 턴오버가 있었다.
30.4초전 마이샤의 수비자파울이 의심스러웠다. (탑에서 돌파하던 그레이의 스텝이 매끄럽지 않았다. 중거리슛 이후 공격리바운드를 잡았고, 골밑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이미 골밑에 자리를 잡은 마이샤와 부딪혔으나 마이샤의 수비자파울 선언. 단, 마이샤가 노차지 에어리어에 발을 걸쳤기 때문에 수비자파울이 맞다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우리은행의 76-72 승리.
우리은행은 위 감독 200승 경기라고 해서 특별하게 준비한 게 아니다. 평소의 우리은행 농구를 보여줬다. 막판 추격 당하며 불안한 내용을 보여준 것 또한 우리은행의 현재 전력이다. 김소니아 등의 기량이 향상됐지만, 기복이 있다. 박혜진과 김정은의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니다.
위 감독의 200승이 특별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사실 위 감독은 일찌감치 200승을 달성했다. 이날 승리로 통산 200승50패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204승53패다. 즉, 이날 전까지 203승53패였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WKBL의 아픈 과거 때문이다. 2015-2016시즌 KEB하나은행이 첼시 리 혈통 사기극으로 준우승을 몰수 당했다. 해당 시즌 하나은행의 성적은 없다. 때문에 당시 하나은행을 상대한 나머지 5개 구단의 하나은행전 정규경기 전적도 사라졌다. 당시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에 4승3패(7라운드)를 거뒀다.
WKBL에 따르면, 2015-2016시즌 5개 구단 선수들의 하나은행전 개인기록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하나은행 선수들의 개인기록은 물론, 하나은행을 상대한 5개 구단 선수들의 개인기록도 보존됐다. 단지 WKBL 기록프로그램에 해당 시즌 하나은행 경기의 열람이 되지 않을 뿐이다.
WKBL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시즌 전적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선수 개인기록만 살려뒀다. 그러나 팀간 전적에 직결되는 감독들의 하나은행전 승패는 삭제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위 감독뿐 아니라 당시 나머지 4개 구단 감독들의 하나은행과의 7경기 전적도 자신의 정규경기 누적성적에서 빠졌다.
아이러니컬하다. 선수 개개인의 기록은 가치가 있으니 살려두고, 감독 개개인의 전적은 없애도 되는 것일까. 첼시 리의 과거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감독들의 개인기록이 가볍게 여겨져도 되는 것일까. WKBL 관계자는 "당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위 감독은 이날 정규경기 200승을 달성했지만, 사실 204승이다.
[위성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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