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최창환 기자] 이틀 전 겪었던 악몽은 재현되지 않았다.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깔끔한 투구를 펼치며 팀의 신승에 기여했다.
고우석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마무리투수로 등판, 1이닝 2탈삼진 무실점하며 세이브를 따냈다. LG는 선발투수 임찬규의 6⅓이닝 무실점, 김현수의 9회초 결승타를 묶어 1-0 신승을 따냈다. 2위 LG는 1위 KT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줄였다.
고우석은 지난 17일 KT전서 악몽을 겪은 바 있다. LG가 5-3으로 앞선 상황서 9회말을 맞이했지만, 마무리투수로 나서 2실점하며 블론세이브를 범한 것. 하지만 19일에는 깔끔한 투구를 펼치며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덜었다. 고우석은 LG가 1-0으로 앞선 9회말 대타 오윤석(삼진)-박경수(삼진)-허도환(유격수 땅볼)을 삼자범퇴 처리하며 경기를 마쳤다.
20세이브 고지를 밟은 고우석은 “아홉수가 길어졌는데, 숫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세이브를 기점으로 더 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건 이틀 전 범했던 블론세이브다. 그런 경기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고우석은 이어 “그런 경기가 나와도 마음의 상처는 크지 않다. 졌다는 분함, 아쉬움만 있다. ‘내가 왜 그랬지?’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경기영상을 많이 돌려보며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반복 훈련하며 극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고우석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아찔한 경험을 한 바 있다. 금메달결정전을 두고 맞붙은 일본과의 준결승전 2사 상황서 베이스커버 실수를 범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것. 고우석은 “앞으로 그것보다 더 힘든 일도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없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아쉽지만, 변명할 게 없는 제 실수였다”라고 돌아봤다.
고우석은 더불어 “어렸을 때부터 올림픽을 꿈꿨다. 처음 봤던 올림픽(2008년)이 너무 멋있었고, 올해 올림픽이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았다. 어릴 때 멤버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히 남아 이번 대회에서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봤던 올림픽은 너무 멋있었는데, 내가 나간 올림픽은 대표팀을 향한 시선이 안 좋아 가슴 아팠다”라고 전했다.
깨달음도 얻은 무대였다. 고우석은 “오승환(삼성) 선배와 함께 생활하며 캐치볼도 했는데,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지금 네가 던지는 공이라면 타자를 쉽게 잡아야 한다. 가끔 보면 어렵게 잡을 때도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라며 나의 장점, 단점과 선배님의 노하우에 대해 말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고우석은 또한 “야구를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데도 다들 하나 더 배우려고 하는 자세, 승리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도 달랐다. 이겼을 때 성취감도 시즌 경기에서 이기는 것과는 조금 다르더라. 물론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올림픽은 노메달로 끝났지만, 아쉬워할 겨를이 없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적기를 맞은 LG는 빅딜을 통해 서건창까지 영입, 상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고우석은 “올림픽 결과는 안 좋았고, 이제 남은 건 소속팀의 우승밖에 없다. 이거라도 못하면 안 될 거라 생각한다. 형들도 그것만 보며 훈련하고, 팬들도 그걸 원하실 것 같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이날 선발 등판한 임찬규의 최고구속과 최저구속은 각각 148km, 141km로 집계됐다. 시즌 평균 직구 구속이 141km였다는 걸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고우석은 이에 대해 “(임)찬규 형이 영상을 많이 찾아보며 과학적인 훈련을 했다. 2개월 동안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진하는 것을 옆에서 봤다. 찬규 형 스스로도 ‘왜 이렇게 빨라졌지?’라며 불안해하셨지만, ‘빨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임찬규와 고우석의 구속 차는 더 줄어들 수 있을까. 고우석은 이에 대해 “찬규 형은 슬라이더 구속으로 이겨주겠다”라며 웃었다.
[고우석. 사진 = 수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