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04년 한국시리즈 현대-삼성 9차전...11월 폭우로 그라운드 엉망진창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11월에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늦은 가을잔치의 시작이다.
KBO가 지난 7월27일 ‘리그, 후반기 한시적으로 연장전 폐지’라는 보도자료에 포스트시즌 관련 언급이 있었다.
KBO는 “포스트시즌 진행 방식도 변경 됐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현행 3선승제에서 2선승제로 진행 된다. 한편 11월 15일 이후 경기가 편성되는 포스트시즌은 1차전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로 인해 취소된 경기가 많아지자 KBO는 9월26일“잔여 81경기 재편성, 정규시즌 10월 30일 종료”를 결정했고 결국 포스트시즌이 11월 시작하게 됐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혹한’에 포스트시즌을 연다고 했고 ‘가을잔치’가 아니라 ‘겨울잔치’라고도 했다. 틀리지 않는 말이다.
야구 기자를 하는 동안 가장 최악의 날씨에 열린 포스트시즌은 2004년 한국시리즈였다. '진흙탕 구장’에서 야구를 했고 어떤 선수는 훗날‘수영장 야구’라고 표현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서 열렸다.
지금부터 딱 17년전인 2004년 11월1일, 삼성-현대의 한국시리즈 9차전이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일부 독자는 어떻게 한국시리즈 9차전이 열렸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2차전, 4차전, 7차전이 무승부가 되는 바람에 9차전까지 이어졌다.
경기 시작 한 시간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KBO는 취소를 하지 않고 경기를 개시했다. 그런데 비는 경기를 할수록 더 많이 내렸다. 그라운드는 그야말로 진흙탕 신세가 됐다.
마운드 근처 파인 자리에는 빗물이 고여 경기장 관리인이 삽을 들고 나와서 평탄 작업도 했다.
비 때문에 삼성 선발 김진웅은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나광남 주심의 얼굴을 맞히는 폭투도 나왔다. 8회에는 도저히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빗방울이 굵어져 경기가 중단 되기도 했다.
하지만 KBO는 경기를 강행했다. 워낙 진흙탕 그라운드여서 내야 땅볼은 제대로 구르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훗날 당시 현대 소속이었던 염경엽이 넥센 감독을 맡은 후 이 경기를 회상한 적이 있다. 염감독은 “당연히 야구를 못하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염경엽 감독은 “외야 플라이볼 잡을 때 눈에 빗물이 들어갈 정도였다. 그라운드에 물이 고이고 완전히 수영장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그라운드는 논바닥이 됐고 모든 게 엉망진창 상황이었다. 7-8로 한점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서 삼성 강동우의 2루 땅볼을 잡은 현대 이숭용이 1루수에게 공을 던지지 않고 1루까지 달려와서 베이스를 밟아서 겨우 경기가 끝이 났다. 던졌을 경우 공이 미끄러워서 실책이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들고 뛰었다고 했다.
선수들 뿐 아니라 본부석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조차도 속옷이 모두 젖을 정도였다. 당연히 노트북은 비에 젖어서 제대로 작동도 하지 않았다. 수십년 야구 기자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최악의 포스트시즌 이었다.[9차전 장대비를 맞고 투구하고 있는 현대 마무리 투수 조용준. 사진=마이데일리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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