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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양)의지 형처럼 큰 존재감이었다면 교체가 안 됐을 것이다.”
두산 간판타자 양석환(32)이 위와 같이 ‘셀프 비판’을 날렸다. 양석환은 8일 잠실 삼성전서 6-7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서 대타 이유찬으로 교체됐다. 양석환에겐 ‘굴욕’이었고, 이승엽 감독으로선 대단한 ‘승부수’였다.
양석환은 그날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더구나 1점이 아니라 2점이 필요하다면, 더더욱 장타력을 갖춘 양석환을 타석에 세워 삼성 불펜 김태훈을 몰아붙여야 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희생번트를 잘 대는 이유찬이 마침맞다고 봤다. 곧바로 역전을 노리기보다 일단 동점부터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1루 주자 김재환도 빼고 대주자 김태근을 투입했다.
이승엽 감독의 선택은 알다시피 대성공했다. 이유찬은 번트를 잘 댔고, 강승호는 동점 1타점 중전적시타를 날렸다. 박준영의 자동 고의사구에 이어 박계범의 3루 땅볼 때 상대 끝내기실책이 나오며 8-7, 역전승을 챙겼다.
두산은 그날 대역전극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KIA의 초상승세와 맞물려 5위와 꽤 격차가 벌어진 6위였으나 그날 승리를 시작으로 17일 광주 KIA전까지 7승1패다. 특히 9일 삼성과의 홈 더블헤더 2차전부터 파죽의 6연승이다.
4~5위 다툼의 당사자 KIA를 연거푸 잡으며 5강권에 재진입했다. 그러자 SSG가 알아서 내려오면서 4위까지 점프했다. 어쩌면 이승엽 감독의 당시 양석환 교체가 상승세의 시발점이라고 봐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양석환은 그날의 수모(?)에도 불구하고 9월 들어 맹활약 중이다. 12경기서 46타수 17안타 타율 0.370 2홈런 11타점 6득점이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15일 경기서 양석환이 타석 앞쪽으로 바짝 나와서 승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변화구가 꺾이기 전에, 좀 더 앞에서 히팅포인트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17일 광주 KIA전서는 결승타에 쐐기타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두산 중심타선은 김재환이 거듭된 부진으로 라인업에서 빠지면서 무게감이 살짝 떨어졌지만, 양석환 덕분에 크게 티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날 이승엽 감독이 양석환에게 교체 이유를 설명해줬고, 양석환도 수긍했다. 양석환은 “감독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타 내기 전에 미리 오셔서 미안하다면서 설명해줬다. 그 상황서 억지 부릴 수 없었다”라고 했다. 물론 농담 삼아 웃으며 “내가 (양)의지 형처럼 큰 존재감이었다면 교체가 안 됐을 것이다”라고 했다.
양석환의 셀프 비판은 또 있었다. 이날 3안타 중 하나는 담장을 직격한 타구였다. 아슬아슬하게 홈런이 되지 않았다. 그는 “확신이라기보다 잠실이 아니어서 넘어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가 나를 과대 평가했네요”라고 했다.
어쨌든 양석환의 최근 페이스는 좋다. 그는 “시즌 내내 득점권(0.267)에서 안 좋은데 찬스에서 중요한 안타가 나와서 기분 좋다. 사이클이다. 지금은 올라오는 시기다. 안 중요한 경기는 없고, 이겨서 좋다.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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