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더 많이 공감해야
"한스 짐머와의 영화음악도 만족스럽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크리에이터’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전하며 아시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18일 오전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크리에이터' 화상 기자간담회가 생중계 됐다.
'크리에이터'는 고도화된 AI들에 의해 핵공격이 시작된 후,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인류를 위협할 무기인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를 발견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전쟁을 그린 AI 블록버스터 영화다.
그는 “데뷔작 ‘몬스터즈’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참석했다”면서 “한국은 내게 특별한 곳”이라고 운을 뗐다.
“저예산 독립영화 ‘몬스터즈’로 한국에 왔다. 뒤이어 ‘고질라’를 연출하고 그 다음으로 ‘로그원:스터워즈 스토리’를 감독했죠. 저예산 독립영화부터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던 장점을 모아서 ‘크리에이터’를 통해 서사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면까지 아우르는 결정체를 만들 수 있었어요.”
그는 어린 시절 오리지널 SF영화를 많이 보면서 자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섞어서 용광로에서 바로 꺼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로봇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미지만 갖고 베트남을 여행했다. 그때, 한 승려가 사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 승려가 로봇이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다른 감독이 이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들면 질투날 것 같아서 내가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SF는 유니크한 장르다. 비유와 은유로 현실을 조명한다. 이 세계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장르라는 설명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여행에서 돌아와 2018년부터 각본을 썼어요. 당시엔 AI 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았죠. ‘AI가 인간의 적’이라는 설정을 은유적으로 했어요. 시나리오 쓸 때는 영화 배경으로 2070년 정도로 했는데, 지금은 2023년으로 했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AI의 빠른 발전 속도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로 제작비를 크게 절감했다. 보통의 SF 블록버스터는 영화의 디자인을 완성한 다음 2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세운뒤 그린 스크린 앞에서 배우들이 연기한다. 반면 그는 이 과정을 거꾸로 했다. 실제 8개 국가의 로케이션으로 촬영과 편집을 다 마친 후에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다.
“완성본을 보고 아티스트가 그림으로 SF를 입히는거죠. 이게 효율적이고, 리얼리즘이 살아나요. 리얼리즘과 퓨처리즘이 잘 블랜딩된 행복한 밸런스가 갖춰지는거죠.”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의 호흡도 만족스러웠다. 아이폰에 저장된 25곡 가운데 14곡이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그는 한스 짐머에게 “관객이 당신의 음악인줄 몰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아시아의 영적인 음악과 바흐, 모차르트 등의 클래식으로 기존과는 다른 SF 분위기의 음악을 완성했다.
극중 AI 로봇 알피를 어린아이로 설정한 것에 대해 그는 "일본 만화 시리즈중 '론 울프 앤드 커브'라는 작품이 있다. 사무라이와 어린아이가 등장하는데, 그 만화에서 주인공의 딜레마가 아이만 죽으면 전세계를 구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 딜레마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아이를 죽이게 되면 주인공은 악역보다도 더 나쁜 사람이 되는 상황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알피 역을 연기한 배우 매들린 유나 보일스에 대해서도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매들린은 너무 잘하는 천재적 능력 가진 배우다. '알피는 이런 상황이고 이런 느낌을 갖고있다'고 말하면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감동적인 연기를 해냈다. 반 농담 섞어서 다른 배우한테 '왜 매들린만큼 못하냐', '너는 왜 이만큼 안되냐'고 할 정도로 연출이 필요없는 특별한 배우였다"고 극찬했다.
"영화를 작업할때 '나는 이번에 어떤 메시지를 갖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 영화는 좋지 않은 영화가 되죠. 주인공의 딜레마를 갖고 중간쯤 쓰다보면 '이게 내 영화의 핵심이 이구나' 라는걸 알게 되요. 그래도 메시지를 말한다면, 나와 다른 배경의 사람들에 대해 더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아시아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서 “아시아 관객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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