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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소년들'이 베일을 벗었다.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소년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배우 설경구, 유준상, 허성태, 염혜란과 정지영 감독이 자리했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이다.
지난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한 '소년들'은 정지영 감독의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2019)를 잇는 이른바 실화극 3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은 설경구는 "첫 실화 바탕 영화가 아니다"며 "이전에도 이런 작품을 했었는데 실화 바탕 영화가 배우 입장에서 실화라는 것에 대한 강렬함이 있다. 또 정지영 감독님이 하신다고 하셔서 과거이기도 하고 현재이기도 하고 미래이기도 하신 감독님과 한다는 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준철이 실제 사건에서 담당을 맡았던 형사는 아니다"는 그는 "원주서로 발령받아서 오고 진범이 있다는 제보를 받게 된다. 그래서 파고들어가서 노력을 하지만 사건을 해결 못하고 처음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 세 명이 판결되고 황준철 반장은 좌천된다. 16년 후에 피하고 싶었던 사건을 만나게 되고 이 소년들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재심을 하고자 하는 인물"이라고 황준철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강철중 같은 캐릭터를 한 번 더 하자'고 얘기했다"며 "극 중에서 미친개, 광견이라는 별명이 나온다. 그 캐릭터를 가지고 가려고 했었다. 또 16년 후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밀어내고 피하려고 했던 그 모습과 대비가 잘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고 덧붙였다.
정지영 감독과 함께한 소감으로는 "소년이셨다"며 "한번은 모니터는 1층에서 하고 촬영은 2층에서 했는데 2층을 계속 왔다갔다 하셨다. 무전으로 말씀하셔도 되는데 '아니다. 내가 애기하겠다' 하시면서 거의 200번을 왔다갔다 하셨다. 한 번은 조감독이랑 언성을 높이고 싸우시더라. 서로 소리 질러서 놀랐는데 한 신을 갖고 토론하시는 거였다. 두세 번 그런 일이 있으니까 구경하게 됐다"고 남다른 열정에 존경심을 표했다.
영화가 어떠한 메시지를 줬으면 하는지 묻는 질문에 설경구는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없었으면 하는 영화적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으로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으로 분한 유준상은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사건을 알고 있었다"며 "많은 양의 서류를 받았다. 너무 많아서 이걸 다 봐야 고민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들 수 있었다. 감독님이 왜 이 작품을 선택하셨는지 알 수 있겠더라"라고 돌이켰다.
그는 "같이해서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며 "함께한 배우들 전부 연기하면서 진심이 느껴지셨다. 다 너무 좋은 분들이라 화면에 같이 잡혀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많은 분들도 그런 이유으로 보시지 않을까 싶다"고 떠올렸다.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거 보고 펑펑 울었다"는 유준상은 "감독님이 영화를 너무 잘 만드시더라. 시간이 조금 지나서 개봉되는 거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남다른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가 점점 힘을 잃어가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데 좋은 작품들 안에서 같이 빛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완주서에서 유일하게 황준철(설경구)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로 변신한 허성태는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피해 안 당했으면 한다"고 촬영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설경구와 함께한 소감으로는 "극 중에서 술 한잔 먹어서 설경구 선배님한테 꼬장 피우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소맥을 타주시더라. 그때 되게 짜릿했고 리얼하게 잘 나왔다"고 회상했다.
"감독님은 저를 캐스팅하지 않으셨다"는 허성태는 "설경구 선배님께서 '블랙머니'를 보시고 허성태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다더라. 감독님 첫 말씀이 '너 내가 캐스팅한 거 아니야. 경구가 캐스팅했어'였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함께하게 돼서 감사하다"며 "촬영 시기가 '오징어 게임'이랑 겹쳤다. 부상도 많았는데 배우로서 열정 다해서 했던 작품이다"고 말했다.
완주서에서 유일하게 황준철(설경구)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로 변신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황반장만 따랐다. 오롯이 황반장만 봤다"고 박정규 캐릭터를 설명했다.
또한 허성태에게 설경구는 어떤 사람인지 묻자 그는 "외유내강"이라면서 "되게 무서울 것 같지만 연기할 때 한없이 다 열어주시고 다 허락해 주시는데 무서울 때는 무서워한다. 제가 처음으로 배우 의자를 받았다. 선배님이 제작해 주셨다. 그때 엄마랑 같이 손잡고 펑펑 울었다. 어머니 지금 그 의자에 앉아계신다. 되게 좋았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런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그는 "촬영할 때도 저기 가면 덕수였고 여기 오면 정규였다. 정말 감사하게 촬영했다. 감독님은 저한테 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안 들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실제로 감독님께서 '왜 그렇게 해?' 했을 때 '이렇게 하고 싶은데요' 하고 애드립도 많이 쳤다. '소년들'은 배우로서 욕심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고 '소년들'을 향한 애정을 듬뿍 내비쳤다.
재수사에 몰두한 황준철이 못마땅하지만 지지해 주는 아내 김경미 캐릭터를 연기한 염혜란은 "가슴 아프고 먹먹해지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용기를 주는 힘이 있는 영화"라고 '소년들'을 설명했다.
"형사들이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그 쪽에 속하고 싶었다"는 엄혜란은 "저는 집에서 내밀하게 만났다. 설경구 선배님은 근면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연기의 정석 같은 느낌이 있어서 많이 배우면서 작업했다. 첫 부부였지만 다섯 번은 더하고 싶다"면서도 "아니다. 아쉬울까? 10번은 더 하겠다"고 해 폭소를 안겼다.
정지영 감독은 "실제로 삼례나라슈퍼 사건 전에 다른 사건에 관심이 있었다. 영화화하고 싶었는데 이미 다른 쪽에서 영화화 준비를 하고 있다더라"라면서 "마침 그때 매스컴에 삼례나라사건이 떠돌았다. 진범이 아닌 이들이 감옥을 살았다가 뒤늦게 진범을 잡었다는 게 같은 내용이더라. 그래서 이걸 해야겠다 싶었다"고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정 감독은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 집중해도 영화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단한 연기자다. 그런 의미에서 행운아다. 이런 배우들과 촬영을 마쳤다는 게 행복하다"고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으로서 40주년 맞은 그에게 소감을 묻자 "솔직히 40주년 기념 행사를 해야 하나 싶었다"면서 "제가 생각했을 때 정지영 감독은 대단한 감독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괜찮은 감독 정도 같은데 주위에서 (행사) 하라더라. 물론 사람들이 겸손한 말씀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솔직한 마음이 그렇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끝으로 정 감독은 "2000년대 통틀어서 반드시 많은 관객들이 봐줘야 하는 영화"라고 강조하면서도 "메시지 받아들이는 건 관객의 몫이다. 재미 있고 감동적으로 영화를 보길 바라면서 만들었다"고 했다.
한편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노한빈 기자 beanhan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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