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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에게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했다.
세계랭킹 24위 김유진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와 결승전에서 9-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2008 베이징 올림픽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단의 13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이번 김유진의 금메달로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세웠다.
김유진은 매 라운드 승승장구했다.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결승까지 올라왔다.
과정을 보자. 16강에서는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 8강에서는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격파했다. 이어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 뤄중스마저 제압했다.
이렇게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만에 57kg급 결승행이 완성됐다.
김유진의 마지막 상대는 세계랭킹 2위 키야니찬데다. 1라운드 초반은 탐색적이었다. 그러다 감점으로 김유진이 3-0 리드를 잡았다. 이후 김유진이 감정을 받으면서 3-1이 됐다. 약 5초를 앞두고 키야니찬데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얼굴을 가격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발은 머리에 닿지 않았다. 오히려 김유진이 3초를 앞두고 몸통 공격을 성공시켜 5-1로 1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도 김유진의 페이스였다. 기회를 엿보다 얼굴 공격을 성공시켰다. 이어 몸통을 연이어 가격해 8-0까지 달아났다. 5초를 남겨두고 감점을 얻어내며 9-0 완승으로 끝냈다.
사실 김유진은 파리에 오기까지 과정은 힘겨웠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1월 회의를 통해 여자 57㎏급 올림픽 티켓에 도전하기로 정했다.
김유진은 지난 2월 자체 선발전을 통해 아시아 선발전 출전 선수로 나섰다. 그는 3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 4강전에서 줄리맘(캄보디아)을 꺾고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렇게 김유진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완벽한 대회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유진은 "정말 너무 행복하다. 제 개인적인 명예나 또 종주국의 자존심에도 보탬이 되어서 너무 스스로에게 너무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오늘 정말 행복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힘든 과정을 겪고 올라왔다. 하지만 김유진은 의연했다. 그는 "'내가 이까짓 거 못 하겠어' 이러면서 했다. 과정들에 비하면 지금 정말 행복한 것이다.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가 행복했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했다. 내 자신한테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잘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톱랭커들을 한 명씩 무찌르면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랭킹이 높다고 막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건 아예 신경쓰지 않았고,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왔다"고 했다.
김유진에게 세계랭킹의 의미를 묻자 "별 거 아니다. 숫자에 불과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나보다. 대반전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김유진은 "내가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로 오늘이 가장 몸이 좋았다"며 "워밍업을 하는데 몸이 너무 좋아서 '오늘 일 내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체중 감량도 끝냈고, 마음껏 먹어도 된다. 김유지은 "된장찌개에 삼겹살을 가장 먹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김유진은 8살 때 할머니가 호신술을 위해 도장에 데리고 가면서 태권도를 접하게 됐다. 지금 가장 떠오르는 사람을 묻자 할머니라고 대답한 김유진은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태권도 시켜줘서 고마워!"라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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