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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420만 달러(약 61억원)의 연봉은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LA 다저스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김혜성과 3+2년 2200만 달러(약 320억원)에 손을 잡았다. 3년 동안 1250만 달러(약 182억원)를 보장, 옵션이 실행되면 2년 동안 950만 달러(약 138억원)를 추가로 받는 계약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최정상'에 올라설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다저스는 1루수 프레디 프리먼, 2루수 개빈 럭스, 유격수 무키 베츠, 3루수 맥스 먼시, 외야수로 무키 베츠와 마이클 콘포토,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까지 주전이 모두 세팅이 돼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겨울 내야수 보강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때문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재계약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당시 다저스는 김하성과 강력한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그러나 다저스와 에르난데스의 재결합이 성사된 후 김하성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내야 보강 의지를 굽히지 않은 다저스는 지난해 서울시리즈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칭찬을 늘어놓았던 김혜성과 포스팅 마감 당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김혜성 입장에서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다저스는 주전이 확고한 상황이며, 럭스 외에도 2루를 지킬 수 있는 자원으로는 무키 베츠, 토미 에드먼,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백업으로 뛰기 위해 다저스에 입단한 것이 아니라면, 험난한 경쟁이 당연해 보였다. 급기야 김성을 영입한 직후 브랜든 곰스 단장은 포화 상태가 된 내야진에 대해 "트레이드는 없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지난 7일 신시내티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2루수 개빈 럭스를 내주는 대가로 외야 유망주 마이크 시로타와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1장을 받기로 결정했다. 럭스는 지난 201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는데,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는 예고를 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저 블루'는 "김하성은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 3회를 포함해 많은 상을 수상했다. 가장 큰 장점은 주루 능력과 수비력이다. 김혜성은 2021년 총 50번의 시도를 통해 46도루를 기록하는 등 KBO 도루왕에 올랐다. 그리고 한국에서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컨택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김혜성의 파워는 떨어지지만, 다저스는 힘을 키우고, 어프로치와 스윙에 약간의 조정을 한다면 공격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곰스 단장은 "김혜성은 정말 좋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타격에서도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작년 한국에서 김혜성을 지켜보면서, 많은 재능과 장점을 가진 선수였다. 그는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힘을 더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어프로치와 스윙에서 조정을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있다. 볼에 조금 더 힘을 싣는다면, 변화구를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키울 수 있는 몇 가지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결국 럭스는 기대치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김혜성을 향한 다저스의 기대감은 매우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김혜성을 영입하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켜봤던 마이크 시로타를 받는 대가로 럭스를 내주게 된 것이다. 'MLB.com'을 비롯한 몇몇 언론은 럭스가 떠난 가운데 김혜성이 주전 2루수로 뛸 것이라는 전망을 늘어놓고 있지만, 비관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LA 타임스다.
'LA 타임스'는 "김혜성은 2루로 럭스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적어도 우투수를 상대로 플래툰 옵션을 맡을 수 있다. 유격수로 필요성이 생기면, 유격수로도 기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럭스의 이탈은 에드먼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유틸리티맨(에드먼)에게 내야의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외야수 앤디 파헤즈가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미겔 로하스와 크리스 테일러에게도 더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저스가 에드먼을 중견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필요에 따라 언제든 내야로 돌아올 수 있으며, 백업 자원인 로하스와 테일러의 출전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혜성으로는 럭스의 공격을 메우지 못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럭스의 성장세는 분명 더뎠지만, 지난해 막판 럭스의 방망이는 매우 뜨거웠다.
'LA 타임스'는 "지난 5년 동안 다저스 최고의 유망주로 엄청난 기대에 꾸준히 부응하진 못했지만, 럭스는 지난 시즌 말 타율 0.304 OPS 0.899를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를 보상할 선수는 김하성을 포함해 한 명도 없을 수 있다. 김혜성의 약 420만 달러의 연봉은 그의 타격 능력이 얼마나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준다"며 럭스와 결별한 다저스가 키케 에르난데스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시선을 내비쳤다.
결국 지금의 엇갈린 시선은 김혜성이 빅리그 레벨의 투수를 상대로 그 어떠한 성과도 남기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분명한 것은 럭스가 트레이드로 떠나게 된 것은 김혜성에게 분명한 호재이며, 다저스가 간접적으로 기회를 줄 뜻을 드러낸 만큼 시범경기 스프링캠프를 통해 반드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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