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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6일(이하 한국시각) 지난해 월드시리즈(WS) 4차전에서 LA 다저스 무키 베츠의 수비를 방해해 퇴장 당했던 뉴욕 양키스팬 오스틴 카포비안코와 인터뷰 기사를 전했다. 몰상식한 행동을 한 이후 카포비안코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30일 미국 뉴욕주 브롱스의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두 눈을 의심캐 만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키스가 3연패를 당하며 수세에 몰려 있던 가운데 1회말 당시 양키스 소속이던 글레이버 토레스(디트로이트)가 친 타구가 우익수 파울 지역을 향해 뻗어나갔고, 이를 무키 베츠가 추격했다.
1루와 우익수 방면 사이에 관중석 방면에 떨어지는 공이었으나, 베츠는 포기하지 않았고, 폴짝 뛰어올라 타구를 잡아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양키스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있던 한 팬이 베츠의 글러브를 붙잡더니, 이를 빼앗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바로 옆에 있던 양키스 홈 유니폼을 입은 팬은 저항하는 베츠의 오른팔을 잡아당기며 수비를 방해했다.
결과적으로 타구는 베츠의 글러브에 정상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판정되면서 아웃으로 연결됐지만, 경기 시작과 동시에 팬들이 경기 흐름에 훼방을 놓은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이는 베츠의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팬들은 곧바로 양키스타디움에서 퇴장 당했다.
경기가 끝난 뒤 토미 에드먼은 "내 관점에는 터무니없어 보였다. 그 팬들은 글러브를 뺏으려고 하다가 손목을 잡아당겼다. 다행히 이후 퇴장을 당한 것으로 보였는데,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분노했다. 다만 베츠는 "퇴장을 당해서 다행"이라면서도 "1회의 플레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졌다. 나도, 그 팬도 건강하다. 우리는 경기에서 졌고, 그것이 내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내일을 준비할 뿐"이라고 의연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몰상식한 행동의 대가는 매우 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달 11일 베츠의 수비를 방해한 오스틴 카포비안코를 비롯해 그의 친구 존 P. 한센에 대해 양키스타디움뿐만이 아닌, 메이저리그 전구장 출입을 금지시켰다. 경기장은 물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관련된 모든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뉴욕 포스트'는 "메이저리그 관계자가 해당 팬들에게 보낸 서한에는 '메이저리그 이벤트에서 발견이 되면 무단 침입으로 체포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일이 일어난 뒤 카포비안코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6일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월드시리즈 4차전이 끝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카포비안코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수백 통의 살해 협박 문자와 전화를 받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카포비안코와 인터뷰를 통해 한 일화를 소개했다.
'디 애슬레틱'은 "카포비안코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메이저리그 구장 무기한 출입 정지에 대한 서한을 받기 전 다른 종류의 택배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코네티컷 해안의 한적한 교외에 있는 부모님 집 문 앞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형의 연락을 받았다.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지만, 무게가 있었다. 구글에서 반품 주소를 검색한 결과 특정 물질로 채워진 익명의 택배를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회사로 이어졌다"고 운을 뗐다.
카포비안코의 부모님의 집으로 배송된 택배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바로 '대변'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누군가 돈을 지불하고 익명으로 대변을 카포비안코에게 보냈다"며 "하지만 온라인에서 카포비안코의 주소가 부모님의 집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카포비안코의 집이 아닌 부모님의 집으로 가게 됐다"며 "특히 네 형제자매와 함께 가족이 운영하는 식품 서비스 공급 업체에도 다른 익명의 택배들이 보내졌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다저스 팬으로 추정되는 인물들로부터 문자, 전화, 택배 등을 통해 엄청난 테러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카포비안코가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했던 행동을 크게 후회했다. 그는 "가족들이 나 때문에 이런 일들을 겪고 있다. 끊임없는 전화, 신체 주요 부위의 사진, 택배들…"이라며 "이런 일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으니, 나 좀 내버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카포비안코는 이러한 일들을 당하면서 월드시리즈 4차전과 관련된 영상은 보지도 않고 있으며, TV에 해당 장면이 나올 때면 채널을 돌릴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게다가 SNS 등과도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카포비안코가 했던 행동이 가족들의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시점에서 카포비안코는 영원히 메이저리그 구장에 발을 들일 수 없다. 이에 카포비안코는 봉사활동을 하든,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는 방법 등을 통해 출입 금지에 대한 징계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언젠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 '디 애슬레틱'은 "카포비안코는 출입 금지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실망했지만, 페널티를 이해한다고 말한다"며 "열렬한 양키스 팬인 그는 조만간 영광을 되찾고 양키스타디움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카포비안코는 "나는 미국의 악당"이라며 "그냥 잊히고 싶다. 그게 전부다. 사람들이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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