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범호 감독님 존경한다.”
1년 전이었다. 2024년 KIA 타이거즈의 1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호주 빅토리아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 기자는 이범호 감독의 선임 현장에 있었다. 대다수 선수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특히 박찬호와 최원준의 반응이 놀라웠다.
당시 두 선수는 시간차를 두고 기자와의 인터뷰서 “감독님을 존경한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우리가 이범호 감독님을 잘 지켜드려야 한다”라고 했다. 너무 좋은 지도자가 빨리 감독이 됐으니, 오랫동안 할 수 있게 선수들이 야구를 잘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원준은 “감독님은 슈퍼스타”라고 했다. 신인 시절 최고참이었고, 선수와 코치 관계를 거쳐 선수와 감독 관계가 됐다. 이 과정 속에서 ‘카X’ 등 메시지로 감동적이고 좋은 글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들에게 이범호 감독은 늘 선수들의 입장에 서서 선수들을 생각해주는 지도자였다.
2024시즌은 해피엔딩이었다. KIA는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박찬호와 최원준은 비활동기간에 KIA 출신 윤석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 이범호 감독은 명장이라고 했다. 기자에게 직접 전했던 일부 얘기들이 다시 나왔다.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라는 점이다. KIA는 올 시즌을 마치면 최대 7명(최형우, 양현종, 이준영, 한승택, 조상우, 박찬호, 최원준)이다. 안 아까운 선수는 1명도 없다. 그래도 핵심 중의 핵심 미래전력은 역시 박찬호와 최원준이다. 센터라인을 책임지는 공수겸장들이다.
FA에게 팀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자신이 성적을 잘 내서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가장 중요한 가치, 돈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 선수가 최우선 가치를 돈으로 여길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업계 사람들의 얘기를 수년간 들어본 결과 성적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 선택 기준에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모든 선수의 중요한 목표가 개인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기도 하지만, 팀의 우승이다. 그라운드에서 승부욕을 발현하는 궁극적 목표와 가치가 우승, 1등이다.
그리고 그 우승, 1등으로 가는 과정에서 지도자 선호도, 신뢰, 리스펙트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선수들이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당연히 팀과 감독이 FA 시장에서 중요한 선택적 가치를 지닌다. 상상 이상이라고 말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이런 점에선 KIA가 유리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이범호 감독에 대한 박찬호, 최원준의 리스펙트는 엄청난 수준이다.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 사회 어느 조직에서든 리더를 진정으로 존경하는 구성원이 몇 명이나 될까. 약 10%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범호 감독에 대한 KIA 선수들의 신뢰도는 엄청난 수준이다. 담당기자로 KIA 경기를 현장에서 바라보며 직감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다고 KIA에서 올 겨울 FA로 풀리는 모든 선수가 전부 KIA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순수한 발상일 수 있다. 단, 적어도 이범호 감독의 KIA는 내부 FA가 돈 외의 선택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는 있을 듯하다. 그만큼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이 1~2년차답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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