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전화위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15일 포항구장. 삼성과 한화가 포항구장 개장 두번째 경기를 치렀다. 투수전이 예상됐으나 삼성은 8월 초 뚝 떨어진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오르고 있었다. 한화 선발은 빠른 볼이 돋보이는 대니 바티스타. 삼성은 빠른 볼을 노려 칠 경우 승산은 충분했다. 반면 한화는 삼성 선발이 올 시즌 사실상의 에이스 노릇을 하는 윤성환이라 아무래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안 되는 게 야구다. 한화는 4회 김경언의 역전타로 2-1로 역전승하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김경언의 2타점에 그칠 정도로 한화 타선은 윤성환에게 꽁꽁 묶였다. 더구나 한화 선발 대니 바티스타는 1회 2사 1,3루 위기를 잘 넘어간 뒤 2회말 첫 타자 이지영을 상대하다 오른 손등에 타구를 맞고 쓰러져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에 난감한 상황이었다. 윤성환과 최대한 오랫동안 선발 싸움을 해야 할 바티스타가 갑자기1⅓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더구나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 후 연이어 호투하며 자리를 잡아가던 중이었다. 바티스타는 세명기독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결과 이상이 없어 한 숨을 돌렸으나 당시엔 도저히 투구가 어려워 보였다.
이럴 땐 다음 투수가 힘든 법이다. 보통 경기 초반에 혹시 모를 등판에 대비해 롱 릴리프가 몸을 풀기도 하지만, 2회초, 0-0 상황에서 설령 몸을 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등판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화는 바티스타 강판 후 한동안 다음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지 못한 걸 감안하면 이후 등장한 송창식은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라왔을 것이 분명했다. 삼성으로선 찬스였다. 송창식을 무너뜨릴 경우 경기가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송창식이 대박을 쳤다. 마운드에 5.2이닝을 버티면서 삼성 타선에 단 2안타와 2볼넷 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은 5개나 솎아냈다.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직구의 볼 끝도 좋았고, 좌우 로케이션도 일품이었다. 89구 중 직구는 56개를 던져 36개를 스트라이크로 잡았고, 슬라이더를 16개, 커브와 체인지업도 도합 17개를 던졌다. 변화구는 18개만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제구가 보통 수준이었지만, 직구의 힘과 로케이션이 완벽에 가까웠다.
더구나 6월 6일 롯데전서 5이닝을 던진 뒤엔 줄곧 짧은 이닝만을 소화했기에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선발로 던질 줄 아는 투수이긴 하지만, 그의 호투로 경기 흐름은 완전히 한화쪽으로 넘어갔다.
오히려 삼성이 당황했다. 바티스타에 대한 대비를 하고 나온 삼성 타선은 같은 우완이지만, 다른 송창식의 공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선발이 내려간 뒤 다음 투수가 잘 던질 경우 경기가 꼬이기 마련인데, 삼성이 이날 이런 케이스였다. 결국 송창식은 구원승을 따냈다. 사실상 선발 역할을 해낸 것이다. 한화로썬 바티스타의 단순 타박상으로 인한 조기 강판이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경기 후 송창식은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경기내용과 결과가 좋아서 만족한다. 예전에 야구를 잠깐 쉬어서 야구의 소중함을 알기에 지금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4회 팀이 역전을 한 뒤 제구가 안 되서 경기가 안 풀렸는데 4회말 투수코치님이 부담 갖지 말고 야수를 믿고 편하게 던지라고 해서 포수의 리드대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송창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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