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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일본의 '여왕의 교실'이 한국으로 옮겨진다. 배우 고현정이 여주인공이다.
'여왕의 교실'은 지난 2005년 일본 NTV에서 방송된 11부작 드라마다. 배우 아마미 유키가 여주인공 아쿠츠 마야를 연기했으며, 학생들에게 혹독한 가르침, 어른들의 가혹한 현실 등을 냉정하게 가르치는 여교사의 모습은 일본에서도 파격적인 소재였다.
그런 '여왕의 교실'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 성적, 왕따 등의 문제가 만연한 교실의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여주인공은 학생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막연하게 약속하는 교사가 아니라 "1등만이 특혜를 누리는 세상의 차별은 당연하다"고 선언하는 인물이다. 이런 차가운 여교사의 독한 교육이 국내 정서에 온전히 수용될 수 있을까.
4일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열린 MBC 새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극본 김원석 김은희 연출 이동윤) 제작발표회에서 김원석 작가는 "원작을 좋아한다. 2013년 한국의 현실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원작에 '의미'는 충분히 있는 것 같아서 '재미'를 많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작의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은 덜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본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에도 결국에는 감동과 교훈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을 향한 아쿠츠 마야의 독설에 어른들의 세계에 넘쳐 흐르는 잔인한 현실이 묵직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여왕의 교실'은 원작 본연의 주제를 침범하지 않고 무게를 덜어내면서도 그 무게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이동윤 PD는 "처음 원작을 봤을 때 '이게 뭐지?'란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PD는 "일반적인 학원물도 아니고 한국적 정서도 아니라서 놀라웠고 또 신선했다. 작품에서 얘기하는 내용, 가지고 있는 교훈적인 내용이 와 닿아서 한국의 2013년 교육과 사회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PD는 "이 드라마는 딱히 멜로도 없고 출생의 비밀도 없고 심지어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밤 10시 시간대의 생소한 소재다. 이제는 이런 드라마도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매일 똑같고 진부한 소재의 드라마보다 새로운 소재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마여진은 아이들한테 '현실은 이런 것이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인물"이라면서도 "그런 마음일 것 같다. '내 아이 내가 야단치는 게 낫지. 다른 사람이 옆에서 뭐라고 하는 것 보다'하는 마음이다. 잘 관리해서 밖에 나가면 면역도 생기고 더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로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게 하고 싶단 마음이 마여진이 아이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장면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싶다"고 마여진 교사를 대변했다.
두 딸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란 배우 이기영은 극에서 원칙주의자 교감으로 등장하는데 "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이기영은 "문화를 선도하는 우리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인 소재들을 갖고 연기할 때는 많이 부끄럽다. 어른들의 시간대지만 아이들도 보고 있는 걸 아는데, 작품에서 다른 이를 시기하고 누군가 죽거나 할 때 내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가까이 있는 내 딸들부터 못 보게 해야 하는 현실이 아빠로서 자랑스럽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기영은 "늘 이런 작품이 있었으면 했다. 이런 작품 자체가 순화 작용을 하지 않을까 싶다. '힐링'이 대세인데, 이런 드라마가 시청자를 '힐링'시켜줄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현시대 힘든 교육 현실에 놓인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다.
'여왕의 교실' 속 아이들은 마여진 혹은 아쿠츠 마야가 왜 그런 엄격하고 때로는 잔인한 교육을 하는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왕의 교실'은 그들의 이야기를 '악마와 같은 괴물 선생에 맞서 싸운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1년 간의 투쟁에 대한 기록이다'라고 표현한다. '악마와 같은 괴물 선생'의 가르침이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깨우침을 줄지 아니면 반감만을 남길지, 첫 방송은 오는 12일 밤 10시다.
[MBC 새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배우 고현정(위)과 출연 배우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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