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동부, 트리플포스트 재구축과 향후 전망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부는 역시 골밑의 팀이다.

원주 동부의 2013-2014시즌. 이충희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홈 구장도 낡은 치악체육관 대신 새롭게 완공된 원주종합체육관으로 옮겼다. 2012-2013시즌의 악몽을 버리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미. 출발이 좋다. 쾌조의 개막 2연승. 외국인선수 농사도 성공적이고 예년에 비하면 부상자도 많지 않다. 또 하나. 동부 특유의 트리플포스트가 재가동됐다.

▲ 허버트 힐 합류, 트리플포스트의 재구축

동부는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 농사에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합한 줄리안 센슬리, 리차드 로비는 정통 빅맨이 아니었다. 동부에서 첫 시즌을 보낸 이승준 역시 김주성과 호흡이 원활하지 않았다. 윤호영의 군 입대 공백도 컸다. 골밑 위력이 뚝 떨어졌다. 이광재를 제외하면 확실한 외곽 득점원도 없었다. 골밑이 약화되면서 객관적인 팀 전력 자체가 약화됐다.

올 시즌엔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로 허버트 힐을 영입했다. 힐은 오리온스와 전자랜드에서 골밑 득점력이 검증된 선수다. 탄력도 좋아서 리바운드 장악능력이 뛰어나다. 이렇게 되면서 김주성(205cm)-이승준(204cm)-힐(203cm)이라는 새로운 트리플포스트가 재구축됐다.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 이후 2년만의 트리플포스트다. 괜찮은 백업 자원도 있다. 키스 랜들맨은 힐에 비해 테크닉은 투박하지만, 골밑에서 우직하게 버텨주는 힘이 있다.

확실히 공격이 수월했다. 오세근이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KGC, 객관적인 높이 자체가 낮은 오리온스를 상대한 결과이긴 했으나 김주성-이승준-힐의 공격력은 가공할 만했다. 셋은 13일 오리온스와의 홈 개막전서 전체 87득점 중 52득점을 합작했다. 이승준은 외곽으로 나와서 골밑 수비를 분산시켰고, 김주성과 힐은 착실한 2대2 플레이를 했다. 이승준의 마무리도 괜찮았다.

▲ 아직은 불완전한 트리플포스트

김주성은 “트리플포스트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이충희 감독도 “이승준이 외곽슛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꾸 외곽으로 나오라고 한다”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빅맨 3명이 골밑에 들어가 있으면 볼 흐름이 뻑뻑해진다. 또한,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가 가능하다. 골밑에 3명이 틀어박힌다고 해서 경기가 잘 풀리는 건 아니다. 내, 외곽으로 동선을 크게 그리면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아직 이런 움직임이 원활하진 않다는 게 김주성의 설명.

그래도 공격은 그런대로 풀린다. 세 사람 모두 테크닉과 운동능력이 있기 때문. 그러나 수비에선 적지 않은 허점이 보인다. 일례로 오리온스 랜스 골번에게 무려 38점을 내줬다. 이 감독은 “랜스의 습성을 몰랐다”라고 했지만, 빈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랜스에 대한 조직적인 리커버가 미흡했다. 경기 초반엔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느슨해지면서 무더기로 리바운드를 빼앗기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경기를 치르면서 보완해야 한다. 테크닉이 투박한 키스 랜들맨이 투입될 때 수비조직력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다. 이승준, 힐이 조직적 수비 이해도가 떨어지다보니 강력한 3-2 지역방어도 쉽지 않다.

▲ 두경민-윤호영 합류한다면?

동부의 트리플포스트는 지금도 충분히 위력적이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순위다툼과 포스트시즌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시간을 갖고 세부적인 약점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동부는 그 과정 속에서 한 가지 변화가 있다. 바로 내년 1월 말 제대하는 윤호영의 합류다. 윤호영은 동부 막강 골밑 완성을 위한 핵심 전력이다. 기동력이 좋아 골밑 수비 꼭지점을 맡아 넓은 지역을 커버했었다. 공격에선 고감도 3점포를 연이어 꽂아 넣으며 2011-2012시즌 MVP에 선정됐다.

이 감독은 “윤호영이 합류한다면 골밑이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주성도 “큰 틀에선 좋은 일이다”라고 했다. 윤호영이 주전으로 중용되면 주전 5명 중 4명이 4~5번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윤호영이 스몰포워드로 활용되더라도 전체적인 스피드는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이럴 경우 조직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주변환경과 매치업에 따라 이 감독의 선수 기용 및 선택이 중요하다.

동부는 당장 공수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히든카드도 있다.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선발한 두경민이다. 전국체전을 치르고 10월 말에 팀에 합류할 두경민의 체력과 몸 상태 회복이 관건이지만, 골밑 공격에 대한 상대의 봉쇄를 드리블과 외곽슛으로 풀어낼 수 있는 카드다. 두경민의 신장에서 오는 약점, 경기운영 능력이 보완되면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부는 두경민과 윤호영이 차례대로 합류하면 골밑 위력이 시즌 막판 막강해질 전망이다. 객관적인 높이의 차이는, 상대 팀 감독들이 전술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그래서 올 시즌 동부가 심상찮은 팀인 것이다.

[동부 선수들(위), 위에서부터 김주성-이승준-힐.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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