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야구는 정말 금지약물 청정지대일까.
최근 메이저리그가 금지약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슈퍼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로 올 시즌 전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주최하는 모든 활동에 참가할 수 없다. 뉴욕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됐다. 로드리게스는 과거 텍사스 시절에도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고 시인해 파문이 일었는데, 이번에 또 한번 금지약물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최근 끝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는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새미 소사, 라파엘 팔레이로 등 전설적인 슈퍼스타들이 약물 혐의가 드러나자 미국 야구기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메이저리그는 2005년 호세 칸세코의 금지약물 폭로 스캔들에 이어 지난해에도 금지약물 파동이 불거지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전설적인 기록을 쌓아 올린 슈퍼스타들이라고 해도 금지약물 복용 혐의가 드러나자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섰다.
▲ 국내야구는 정말 금지약물 청정지대일까
국내야구에서 도핑테스트에 의해 금지약물이 적발된 사례는 총 4회다. 2009년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삼성), 2010년 리카르도 로드리게스(KIA), 2011년 국내선수 A, 2012년 국내선수 B가 그 주인공. 에르난데스와 로드리게스는 한국에서 퇴출 된 뒤 약물 복용 혐의가 드러났고, A는 국제대회 직전 사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돼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B는 족저근막염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다가 금지약물인 프레드니솔론이 검출돼 엄중경고를 받았다. 고의가 아니라는 걸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대부분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을 먹다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받곤 한다. 한약이나 알약에 금지약물 성분이 조금씩 들어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가 확실하게 체크한 뒤 선수에게 먹이는데, 간혹 사고가 난다. 특히 최근엔 몸 관리를 위해 영양보조품을 섭취하는 선수가 늘어나는 추세라 비슷한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최근엔 프로농구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져 한동안 떠들썩했다.
한 야구관계자는 “내가 알기로는 스테로이드 같은 금지약물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는 없다. 도핑테스트를 하면 걸린다는 걸 뻔히 아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하겠나”라고 했다. 약을 먹다가 부주의로 도핑 양성반응이 나올 순 있다. 하지만, 약물 공급책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서 전문적으로 약을 구입한 뒤 의도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 금지약물, 유혹에 넘어갈 수는 있다
그래도 적발 사례가 아예 없는 게 아닌 걸 보면 선수가 마음만 먹으면 비밀스럽게 금지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지약물로 가장 흔히 알려진 스테로이드는 근육강화, 암페타민은 집중력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2009년에도 한 야구인이 자서전에서 “스테로이드를 상습복용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외국인선수가 다수였지만, 국내선수도 다수 있었다”라고 밝혀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극도의 불안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를 살아간다. 매일 치열한 전쟁을 치른다. 나이가 많거나 커리어가 떨어지는 선수는 1군진입 혹은 주전경쟁에서 1~2년 밀리면 퇴출이다. 먹여 살려야 하는 처, 자식을 생각하면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히 금지약물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구조다.
또 하나. 올해부터 외국인선수 유입이 팀당 2명에서 3명으로 확대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외국인선수들은 관리, 감독의 허술함과 빈틈을 노려 금지약물을 몰래 반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한국을 평정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다니엘 리오스가 야쿠르트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돼 퇴출당한 건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충격을 안겼다. 외국인선수들은 국내선수들에겐 주전경쟁의 대상이다. 한편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유혹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 KBO, 금지약물 감시 강화 움직임
KBO는 2007년 반도핑위원회를 구성해 소변검사를 통해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외국인선수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의거해 세계반도핑기구에서 금지하는 약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스테로이드, 암페타민부터 이뇨제, 펩티드 호르몬, 동화작용제, 대사변조제 등이 모조리 금지약물이다.
도핑테스트 방식은 이렇다. 반도핑위원회가 1년에 2~3차례 정도 경기가 열리는 4개구장에 동시에 불시로 찾아간다. 팀당 5명씩을 무작위로 뽑아 경기 후 소변검사를 한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오면 처음엔 10경기 출장정지, 두번째는 2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고, 세번째는 영구제명된다. 이른바 금지약물 ‘삼진아웃’제도. 첫번째 50경기 출장정지, 두번째 100경기 출장정지, 세번째 영구제명 등 메이저리그의 처벌규정처럼 국내야구도 금지약물 처벌규정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금 국내야구의 금지약물 페널티 조항은 다소 약해서 구속력이 떨어진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부터 혈액검사를 도입했다. 소변검사보다 약물복용을 더 자세히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메이저리그 사무국부터 그동안 금지약물에 너무나도 느슨했다. 2005년 칸세코 스캔들 이후 암페타민과 스테로이드가 금지약물로 지정됐고,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진 사실상 금지약물 무방비지대였다. 이에 영향을 받은 국내야구도 그동안 금지약물에 느슨했다가 2007년부터 단속을 강화했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선수 본인과 리그의 건강함, 투명함을 위해 한국야구, 아니 전세계 모든 스포츠에서 금지약물은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그 어떤 방심과 유혹에 넘어가선 안 된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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