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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연기만 보고 살아온 '부라더' 배우 황정민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20일 밤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황정민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연기 인생을 회고했다.
황정민의 파란만장한 연기 인생은 그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고 3때 꿈에 부풀어 친구끼리 '창조'라는 이름의 청소년 극단을 만들었다. '가스펠'이라는 연극도 올렸다. 당시에는 무대에만 올리면 되는 건 줄 알고, 대관부터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꿈 많은 소년들의 바람과 달리 관객들은 극장을 찾지 않았고, 결국 2000만원이라는 큰 빚이 학생들의 품에 남게 됐다. 거액의 빚을 겨우 해결한 당시의 웃지 못 할 사건을 회상하면서도 황정민은 "당시 제비뽑기로 탕감 금액을 뽑았는데 난 800만원을 뽑았다"며 그저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이후로도 황정민의 무명생활은 계속됐다. 조명 아르바이트부터 CM송 녹음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영화 '친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거듭 고배를 맛봤다. 낙방 소식이 계속되던 당시를 떠올리며 황정민은 "오디션이나 회사에 계속 떨어지는 이들에게 팁을 하나 주면 '이 영화에 이미지가 안 맞나보다. 맞았으면 당장 붙었을 텐데, 나는 그게 안 맞은 거다. 그래서 내가 떨어진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다"며 나름의 극복 노하우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쌓여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 황정민이 탄생했다. 이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는 “황정민은 촬영장에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백번이고 다시 촬영한다”는 동료 배우 한혜진의 말에, 자신만의 연기론으로 화답했다. 황정민은 "한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 우리가 '오케이'를 외치고 넘어갔는데, 만약에 이후에 관객들이 '오케이'를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백 번, 2백 번 찍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은 관객에게 제일 좋은 장면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관객일 때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실망을 했을 때 제일 쉽게 나오는 말이 '돈 아까워'다. 그런데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 말이 얼마나 배신이고 배반인가. 그 말을 듣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연기철학을 고백했다.
이날 방송 내내 소탈한 웃음과 농담으로 MC들과 호흡한 황정민. 그는 토크쇼의 말미 자신이 품고 있는 배우로서의 꿈을 얘기했다. 그는 "60세에도 멜로 영화를 찍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그러려면 관객들에게 '저 배우는 참 잘 늙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며 미래를 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이제 타인에게 "숟가락을 얹으라"고 권하는 명품배우로 거듭난 황정민의 연기 인생이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배우 황정민.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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