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려대 강상재(202cm)는 올 가을 KBL 신인드래프트 2~3순위 후보로 꼽힌다. 그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탄탄한 신체 밸런스와 파워를 바탕으로 한 골밑 공격과 폭발적인 외곽슛 능력이다. 홍대부고 시절에는 몸이 왜소했는데, 대학 입학 후 벌크업에 성공, 스트레치4 포워드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트레치4는 공격을 할 때 수비수를 끌고 외곽으로 나오면서 동료들의 공격 공간을 넓혀 다양한 전술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실제 강상재는 상대 수비가 골밑으로 오므라들면 정확한 외곽포로 허를 찌른다. 미드레인지에서 뱅크슛, 페이드어웨이슛도 완벽하게 구사한다. 4일 미국 하와이퍼시픽대학과의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결승전서 3점슛 6개 포함 27점을 퍼부으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대회 내내 기복 없이 꾸준히 제 몫을 했다.
단점은 스피드와 순발력이다. 벌크업 이전에도 스피드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물론 강상재의 스피드가 현저하게 느린 편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체격의 3~4번 선수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현대농구는 갈수록 스피드가 강조된다. 트랜지션에 강점을 가진 빅맨은 팀에 엄청난 효과를 안긴다. 또한, 2대2 전술이 발달한 현대농구에서 스크린에 걸린 빅맨이 재빠른 움직임으로 오픈된 드리블러를 봉쇄하는 것(햇지&리커버리)과 스크린에 걸린 동료의 외곽 공격수를 바꿔서 막는 건 아주 중요하다. 아무래도 강상재는 이 부분이 취약하다. 스스로도 "작년에 웨이트트레이닝과 외곽슛 연습을 많이 했다면, 올 시즌에는 외곽수비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말 스피드가 문제가 될까
강상재가 최준용과 함께 2~3순위로 올 가을 KBL에 입성하는 건 확실하다. 중요한 건 과연 강상재의 조금 느린 스피드가 KBL 적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상관관계가 성립되느냐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농구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몇몇 관계자는 "분명히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결국 KBL을 대표하는 포워드로 성장하겠지만, 프로 초창기에는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KBL은 수비자 3초룰 폐지 후 스위치디펜스 비중이 높다. 상대의 스크린에 걸리면 수비수를 바꿔서 빈 공간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짙다. 주전 3~4번이 스피드가 느리면 스위치디펜스의 견고함은 떨어진다. KBL 특유의 얼리오펜스는 물론, 얼리오펜스 봉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강상재의 느린 스피드가 KBL 적응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관계자도 많다. 이번 대회서 강상재를 지도한 대학선발A 은희석 감독은 "상재는 프로에서 적응을 잘 할 것이라고 본다. 농구는 5명 모두 느리면 곤란하지만, 5명 모두 빠를 필요도 없다. KBL 감독님들이 팀 상황에 맞춰서 상재의 장점을 잘 활용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강상재의 장점은 특별하다. 슈팅 폭발력만 보면 과장을 보태 전성기 방성윤급이라는 평가도 있다. 외국선수 대신 골밑수비를 맡겨도 될 정도의 파워도 장착했다. 현재 KBL에 이 정도의 재능을 갖춘 토종 포워드는 거의 없다. 스피드에 대한 약점만으로 강상재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는 시선이다.
▲팀, 지도자가 중요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어느 팀에 가서 어느 지도자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실제로 강상재가 프로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일단 강상재가 어느 팀에 입단하든 느린 스피드, 순발력에 대한 약점은 무조건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과는 별개로 강상재로선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서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팀, 그 속에서 자신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프로농구 10개구단이 처한 상황, 팀 컬러는 모두 조금씩 다르다. 강상재가 지닌 장점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려야 할 팀도 있고, 상대적으로 강상재보다는 이종현 같은 정통센터, 다재다능한 최준용이 마침맞은 팀도 있다. 그 미묘한 차이는 감독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강상재 대신 이종현이나 최준용이 급한 팀이라면 강상재의 장점을 과감히 포기하는 게 맞다. 반대로 강상재의 장점을 활용, 팀 성적을 올려야 하는 팀은 최준용의 장점을 포기해야 한다. 대신 그 팀은 강상재의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와 구단 프런트가 이런 부분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돼있지 않을 경우 강상재를 뽑더라도 옳게 활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팀은 팀대로, 강상재는 강상재대로 손해다. 그래서 선수를 활용하는 감독의 역량, 선수와 팀의 미래를 설계하는 구단 프런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매 순간 전술전략의 변화, 선수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농구는 더더욱 그렇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1순위로 굳어진 이종현(고려대), 강상재와 2순위를 다투는 최준용(연세대)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역시 강점과 약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잠재력이 있는 이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에는 개개인의 노력 외에도 팀이 처한 환경, 그들에게 길잡이가 돼줄 수 있는 지도자의 몫도 상당히 중요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에서의 성공이 단순히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세 사람 모두 프로에서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팀과 함께 새출발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강상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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