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정유미 "'디마프'의 배우들처럼 나이들고 싶어요"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KBS 2TV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지난해 하반기부터 쉼 없이 달려온 배우 정유미가 드디어 숨을 돌리기 위해 멈춰섰다. 지친 몸은 잠시 휴식을 취하겠지만, 배우로서 긴 미래를 꿈꾸는 정유미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벌써 배우 13년차가 됐더라고요. 큰 공백 없이 늘 작품을 해왔어요. 한두 작품만 해도 1년이 훅 지나니까 돌아보면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어져요. 아직 연기적으로 부족한 게 많고, 가끔은 연기자를 계속 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고…. 신인 시절에는 지금쯤이면 베테랑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제 기분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거든요. 요즘 배우로서 어떻게 행보를 이어가야하나라는 고민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 휴식기가 제겐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정유미는 '국수의 신'에서 원수와의 관계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사가 된 채여경을 연기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말하던 정유미는 전작인 '육룡이 나르샤'에서 연기한 인물인 연희를 언급했다.

"여경과 연희가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제가 연희와 여경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여자임에도 단단하고 역할이 분명하고, 또 주체적이기 때문이었어요. 특히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할 땐 작가님이 유명하고, 함께 하는 배우들이 좋았기 때문도 있지만 연희라는 인물이 그 시대 여성 중 드물게 단단해보였기 때문이었죠. 그런 면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육룡이 나르샤' 안에서는 워낙 많은 인물이 그려지다 보니 다 보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해요. 그런 아쉬움을 현대물에서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택한 것이 '국수의 신' 여경이었거요."

정유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국수의 신'이라는 작품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작품을 향한 배우의 애정이었다. 정유미는 '국수의 신', 그리고 채여경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처음 작품은 순수하고 어렸던 네 친구가 세상에 던져진 뒤 각자의 방식으로 복수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었어요. 끝내 복수는 성취했지만 이미 친구들은 때가 탈 때로 타버린…. 그래서 목표를 성취를 했는데도 씁쓸함이 남는 이야기였죠. 여경이라는 인물이 처음에는 다른 남자친구들을 엄마처럼 보듬을 수 있는 굉장히 단단한 인물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여경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진짜 아픔과 같은 감성적인 측면은 건드려지지 않은 채 복수에만 혈안이 되서 달려가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반대로 정유미는 '국수의 신'이란 작품을 통해 남긴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사람을 남겼죠. 촬영감독님도, 메인감독님도 현장에서 큰 힘이 되어주셨어요. 배우들도 좋았고, 특히 배우 조재현 선배님과 함께 하게 된 것이 그랬어요. 처음엔 이렇게까지 조재현 선배님과 붙는 장면이 많을 줄은 몰랐거든요. 함께 눈빛 연기를 하면서 연기적으로 느낀 바가 많아요. 같이 연기를 할 때는 정말 그 눈빛이 김길도 같다는 생각도 들 때가 많았거든요. '여경을 보는 길도의 눈빛이 살기를 띤다'라는 지문이 있었는데 정말 절 쳐다보는 선배님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였어요."

조재현이 연기해 호평을 받은 김길도 역할에 대해 얘기하던 정유미는 악역 도전에 대한 욕심도 그러냈다. 그녀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참고 인내하는 것 말고, 던지고 고함지르고 그런 것을 해보고 싶다"며 변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사실 이는 정유미가 최근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민과도 맞닿아있었다.

"한 작품을 하고나면 늘 아쉬움이 남아요. 그걸 다음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풀 수 있을까? 그런 설렘을 주는 작품을 차기작으로 고른 경우가 많았어요. '천일의 약속' 다음에 '옥탑방 왕세자'에 출연했을 때는 착한 역할만 하다가 나쁜 역할을 맡은 것이었거든요. 당시에 주변에서는 '왜 좋은 이미지를 끌고 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냐'며 만류를 했어요. 하지만 전 연기적으로 재미를 주고 싶어요.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되는 건 싫거든요. 특히 요즘 들어 그런 변화에 대한 갈증이 많아진 것 같아요. 휴식을 취한 뒤에는 정말 예상을 깨는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어요. 적어도 똑같은 느낌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확실해요."

미래를 고민하는 배우 정유미는 인터뷰 말미 어쩌면 자신의 미래일 지도 모르는 선배 배우들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에 관한 이야기였다.

"'디마프'는 모든 인물이 매력 있고, 계속 찾아볼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고두심 선생님, 고현정 선배님의 모녀지간이 너무 리얼했고, 소녀 같은 윤여정 선생님도 보기 좋더라고요. 누군가 '어떤 여배우로 나이를 먹고 싶냐'고 묻는다면 '디마프'의 선배님들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김혜자, 고두심 선생님처럼 현장에서 모든 걸 아우르는 따뜻한 느낌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정유미. 사진 = 스타캠프202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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