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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KCC는 해법을 갖고 있었다.
오리온이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서 KCC를 꺾고 우승한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안드레 에밋의 효과적인 봉쇄였다. 당시 오리온은 하이포스트에서 볼을 끌며 드리블하는 걸 즐기는 에밋의 성향과 풍부한 선수층을 충분히 활용, 에밋의 파괴력을 막았다. 화려한 조 잭슨이 우승 정점을 찍었지만, 시작은 에밋 봉쇄였다.
즉, 추일승 감독은 에밋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안다. 올 시즌 오리온은 지역방어를 즐겨 사용한다. 우승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얇아진 뎁스, 객관적으로 너무나도 떨어진 공격력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체력을 안배해 4쿼터 승부처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계산에서 나온 승부수.
그러나 우승 당시에는 공수 만능요원 김동욱의 존재감이 컸다. 당시 오리온은 에밋이 페인트존에 들어오면 새깅을 하면서 향후 동선을 파악, 기습적으로 에밋을 에워싸는 수비를 펼쳤다. 그 중심이 김동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김동욱은 물론, 수비 피지컬이 좋은 이승현도 없다. 군 복무 중인 이승현은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에밋은 1일 DB전 이후 3경기 연속 결장했다. 발목이 조금 좋지 않았다. 열흘만의 출전. 추승균 감독은 1쿼터 2분을 남기고 에밋을 넣었다. 그러자 오리온은 기다렸다는 듯 지역방어를 했다. 에밋이 중앙에서 공을 잡으면 2~3명의 선수가 에밋을 에워싸면서 특유의 리드미컬한 돌파와 훅슛을 하지 못하게 했다.
올 시즌 KCC는 에밋과 다른 선수들의 연계플레이가 효율적일 때도, 아닐 때도 있다. 결국 에밋이 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달렸다. 공을 잡는 시간을 무조건 줄이라는 게 아니라, 해결사 역할을 할 때 하고, 재능이 좋은 동료들을 도울 때는 도와야 한다. 컨디션이 좋은 에밋은 충분히 KCC 동료들을 잘 살릴 능력이 있다.
에밋의 움직임 자체는 경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KCC의 전반전 외곽슛 감각은 최악이었다. 때문에 에밋의 패스게임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물론 KCC가 리드를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로드와 이정현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팀 오펜스를 했다.
에밋의 대처가 빛난 건 3쿼터였다. 오리온은 지속적으로 지역방어를 했고, 에밋이 중앙에 들어오면 2명 이상 에워쌌다. 이때 에밋은 재빨리 코너와 탑으로 패스를 내줬다. KCC는 오리온 수비가 가운데로 밀집된 상황서 코트를 넓게 활용, 패스게임으로 해법을 찾았다.
3쿼터 중반 오리온이 두 차례 연속 에밋과 하승진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에밋은 두 번 당하지 않았다. 공 잡는 위치를 사이드로 바꿨고, 탑에 있는 이정현의 3점포를 도왔다. 중앙에 있을 때는 우측 사이드의 송창용 3점포를 도왔다. 오리온은 약속된 로테이션으로 대응했으나 한 템포 늦었다. 덕분에 KCC는 맥클린과 에드워즈를 앞세운 오리온 화력에 고전하면서도 5점 내외 리드를 유지했다.
오리온이 4쿼터 초반 1점차까지 추격했다. KCC는 3쿼터 중반부터 로드를 기용한 상황. 그러나 로드의 움직임이 경쾌하지 않았다. 그러자 추승균 감독은 경기종료 7분42초를 남기고 로드 대신 에밋을 넣었다.
에밋은 영리했다. 탑에서 공을 잡지 않았고, 사이드로 움직여 공을 받았다. 그리고 골밑으로 침투, 철저히 파울을 얻어내며 자유투로 점수를 만들었다. 효과적인 해결사 역할. 결국 오리온은 수비에선 지역방어를 하되, 에밋이 페인트존으로 와도 도움수비를 하지 않고 허일영이 1대1 봉쇄를 시도했다. 그러자 에밋이 자유투를 얻어 연이어 점수를 만들었다. 오리온으로선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4쿼터 중반 오리온은 속공을 앞세워 다시 한번 추격에 나섰다. 맥클린과 최진수, 조효현 등의 빠른 공격전개는 강점이 있었다. 하승진이 뛰는 KCC는 어려움이 있었다. 1점차로 쫓기자 추승균 감독은 3분59초를 남기고 하승진과 에밋을 빼고 로드와 송창용을 넣었다.
1점 역전 당하자 이정현이 움직였다. 송창용의 패스를 받아 우측 코너에서 3점포를 터트렸고, 직접 중앙 돌파 이후 좌중간의 송창용 3점포를 지원했다. 에밋 없이도 두꺼운 KCC 뎁스 위력이 드러난 장면, 오리온의 수비 미스였다.
이후 KCC는 11.2초전 이정현이 개인기량으로 위닝샷을 터트렸고, 오리온은 김진유의 3점슛과 최진수의 마지막 공격이 막혔다. 슛이 약한 김진유, 최진수를 블록으로 가로 막은 로드의 역량 모두 두 팀의 전력 그 자체였다.
오리온은 에밋 봉쇄법을 갖고 나왔다. 그러나 전력의 한계가 있었다. KCC는 에밋이 잘 대처했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풍부한 선수층을 활용한 공격농구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결국 전력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패스하는 에밋.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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