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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김성훈 감독이 비수기 극장가에 신작 '창궐'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25일 개봉 첫날 15만여 관객 수를 돌파, 적수 없는 박스오피스 흥행 강자로 우뚝 올라섰다.
'공조'(781만 명)에 이어 선보인 차기작으로 성공적인 컴백 신호탄을 쏘아올린 김성훈 감독. 특히나 이번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친 액션에, '야귀(夜鬼)'라는 신선한 소재를 버무려 만든 도전이었기에 의미가 뜻깊다. 영화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다.
"'야귀'라는 소재는 제가 '공조'를 시작하기 전부터 기획되던 아이템이었어요. 그때 이미 초고가 나와 있었죠. 이후 '공조'를 마쳤을 땐 '창궐'이 다듬어진 상태였고, 검토하다 보니 몇 가지 이미지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연출을 결심하게 됐죠. 껍데기만 있는 상태에서 배경은 조선의 밤으로, 사람을 물어뜯는 동작이나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 등 야귀의 특징들을 하나하나씩 만들어나갔어요."
전작의 흥행 성공으로 인한 높은 기대감, 한국형 크리처 무비로 먼저 인정받은 '부산행'과의 비교, 17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 투입 등 여러모로 부담감이 큰 상황이었지만 김성훈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뚝심 있게 밀고 나가며 자신만의 색깔을 공고히 한 '창궐'이 탄생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창궐'을 만들면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로지 완성도를 갖춰 재미를 드리자는 게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었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창궐'에 어울리는 완성도를 내자' 하는 마음으로 밀어붙였어요. 그래서 레퍼런스 삼은 작품도 없어요. '공조'를 연출하고 난 뒤 생겼던 제 나름의 아쉬운 부분이 동기이자 에너지가 되어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
공간의 상황과 특징을 톡톡히 활용, 다채로운 액션신을 담아냈다. 제물포 옥사, 부용루, 돈화문, 인정전 등 공각마다 목적성을 부여한 재기발랄한 연출이 돋보인다.
김성훈 감독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크리처 무비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그 위에 움직임들을 표현함에 있어 동양화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도록 노력했다. 마치 인물들이 붓이 되어 칠하는 듯한 액션신을 보여드리려 했다. 그래서 세트를 더 높게 제작하고 건조하게 표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색감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해요. 또 현빈과 장동건 등 주연진부터 야귀로 출연한 배우들의 힘, 에너지를 정말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죠. 이 두 가지만 봐도 '창궐'은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만한, 후회 없을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여기에 묵직한 메시지까지 고루 갖췄다. 김성훈 감독은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통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이청의 성장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었다. 야귀떼와 홀로 맞서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빛나는 이청의 책임감 말이다. 이청이 히어로라서 야귀떼를 무찌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청을 움직이게 한 건 박종사관(조우진) 일행이나 민초들이니까. 한 명 한 명의 진심이 모여 히어로를 만들어낸 거다. 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걸 자각하고 고군분투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극 말미 민초들이 횃불을 들고 모이는 신이 있는데 이 장면이 특정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뭉치게 됐는지가 나에겐 더욱 중요한 의미였다. 어두웠던 조선이 끝나고 앞으로가 중요한데 나부터 지키는 희생으로 희망적인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불빛을 레드가 아닌 노란색으로 더 부각시킨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제가 생각하는 액션 영화는 화려함이 다는 아니에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죠. 다만 저는 그 액션이 어떤 목적이나 책임감이 극에 달했을 때 나오는 인물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표현이라고 보고 연출해요.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감동적이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김성훈 감독은 이례적으로 엔딩 크레딧에 야귀로 활약한 각 배우들의 사진을 실으며 마지막까지 감동을 선사했다. 야귀 분장으로 얼굴이 뒤덮인 채 출연해야 하는 무명배우들의 설움을 지나치지 않고 따뜻하게 보듬었다.
"그분들에게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고생을 진짜 많이 하셨는데, 스크린에선 맨얼굴이 한 번도 안 나가잖아요. 정말 모두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인데 말이에요. 그럼에도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존경심이 들었어요. 저런 마음을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 싶은데, 보답해드릴 길이 없는 거예요. 밥 한 번 사는 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사진을 싣는 방법을 떠올리게 됐어요. 이후 회식 자리에서 사진을 건네받았고 엔딩크레딧에 올렸답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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