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눈치도 보고 고개도 숙였던 정수빈(두산 베어스)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두산 가을 야구의 '돌풍'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수빈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다이빙캐치로 팀을 구해냈다.
정수빈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두산과 4+2년 최대 56억원의 계약을 맺고 두산에 잔류했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1~2군을 오가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정수빈은 지난달 26일 잠실 키움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매 시즌 나만의 리듬이 있다. 항상 시즌 초반에는 잘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적도 상승했는데, 올해는 초반의 슬럼프가 길었다. 딱히 이유도, 핑계도 없다. 그냥 내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가을이 다가오자 정수빈의 DNA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개도 숙이고 눈치도 봤다"던 정수빈은 9월 타율 0.307(88타수 27안타), 10월에 타율 0.288(104타수 30안타)를 기록하며 감을 끌어올렸다. 좋은 기운은 포스트시즌으로도 이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득점 타율 0.364(11타수 4안타), 7일 경기를 포함한 준플레이오프에서 5타점 타율 0.462(13타수 6안타)로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했다.
'원맨쇼'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정수빈은 1회 공격의 시작과 동시에 안타를 치고 출루해 물꼬를 텄다. 그리고 상대 폭투를 틈타 2루 베이스를 밟아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고, 후속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적시타에 홈을 파고들어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활약은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정수빈은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의 안타성 타구에 '다이빙캐치'를 선보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1-1로 맞선 2회말 구본혁의 얕은 타구에 또 한 번 '허슬 플레이'를 펼쳐 팀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정수빈은 4회초 2사 1, 2루의 찬스에서 팀의 네 번째 점수를 뽑아내는 안타를 쳐냈고, 5회 만루 찬스에서는 3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3루타를 폭발시켰다. 두산은 정수빈 덕분에 10-3으로 승리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462를 기록한 정수빈은 기자단 투표 72표 중 56표를 받아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수비는 미리 계산이 된 플레이였다. 정수빈은 "(홍)창기가 왼쪽으로 타구를 치는 경향이 있어서 미리 가 있었고, 다이빙도 생각을 했었다. 스타트도 좋았다"며 "공이 뒤로 빠지면 큰 위기가 오지만, 1회였고 뒤에도 찬스가 많기 때문에 분위기를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을바람이 불고 확실히 부활했다. 정수빈은 "올해는 못한 시즌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고, 9월부터 팀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아무래도 못해도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고,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수빈은 "LG 투수들이 좋아서 이번 시리즈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잘한 것이라 생각하고 기적이다. 특히 투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삼성과 경기에서 이긴 후 더 올라간다면 그때가 두산의 미라클이라고 생각한다"며 "단기전은 집중력 싸움인데, 삼성보다는 우리 팀의 분위기나 집중력이 조금 더 우세일 것 같다"고 플레이오프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두산 베어스 정수빈.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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