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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태풍과 미풍 사이다.
KBO가 25일 발표할 2021-2022 FA 중에선 A~B등급보다 이적이 자유로운 C등급도 있다. 대상자는 포수 강민호와 허도환, 내야수 박병호와 정훈, 오선진이다. 이들 중 강민호, 박병호, 정훈의 신청은 확실시된다.
C등급이 A~B등급에 비해 이적이 자유로운 건 보상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구단들이 외부 FA를 잡으려고 할 때 보상금보다 더 부담스러워하는 게 보상선수 출혈이다. FA 실탄은 모기업으로부터 예산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선수는 오롯이 구단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타 구단이 C등급 FA를 영입하려면 직전시즌 연봉의 150%만 넘겨주고 계약하면 된다. 즉, 올 시즌 15억원을 받은 박병호의 보상금은 22억5000만원, 올 시즌 5억원을 수령한 강민호의 보상금은 7억5000만원, 올 시즌 1억원을 챙긴 정훈의 보상금은 1억5000만원이다.
기본적으로 키움, 삼성, 롯데가 이들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 사람을 영입하려는 타 구단이 있을까. 등급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2020-2021 FA 시장에선 C등급 이적 사례가 없었다. 대상자가 만 35세 이상 신규 선수라는 특성이 있다. 리그 판도를 흔들거나 팀 전력을 크게 향상시킬 선수들은 없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박병호는 지난 2년간 극도의 부진 및 부상에 시달렸다. 그러나 올 시즌 막판 타격폼을 간결하게 수정해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 전성기처럼 3~40홈런을 보장하지 못해도 20홈런 이상은 기대해볼 수 있다. 타격이 약한 팀들이 영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강민호도 삼성 이적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남기며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여전히 공수를 갖춘 베테랑 포수다. 정훈도 지난 1~2년간 타격에 확실하게 눈을 떴다는 평가다.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을 영입하려는 타 구단으로선 보상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런데 구단들이 느끼는 보상금의 무게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냉정하게 볼 때 타 구단들이 부활을 장담할 수 없는 박병호의 보상금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때문에 타선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박병호를 영입 우선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강민호와 정훈은 의외로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 10개 구단 모두 내부 육성이 기본 기조다. 하지만, 포수는 포지션 특성상 여전히 육성이 쉽지 않다.
박병호로선 키움에 남든, 타 구단으로 옮기든 2022년에 완전한 부활이 과제다. 강민호와 정훈도 최근 1~2년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C등급의 이적이 나오면, 경직된 FA 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FA 제도의 순수한 취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새로운 팀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적이 활발해야 FA 제도의 취지도 살리고 리그 흥행도 끌어올린다.
C등급 FA들이 시장에서 태풍이 될까, 미풍에 그칠까. 이제 뚜껑이 열린다.
[박병호와 강민호(위), 정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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