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직장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데 스스로 포기했다.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KBO가 25일 2021-2022 FA 신청선수를 승인 및 공시했다. FA 신청을 한 선수는 총 14명이다. A등급의 김재환, 박건우, 박해민, 나성범, B등급의 장성우, 황재균, 백정현, 김현수, 손아섭, 최재훈, C등급의 허도환, 강민호, 박병호, 정훈이다.
이들은 FA 제도에 따라 26일부터 전 세계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협상 및 계약할 수 있다. 2020-2021 FA에 이어 등급에 따라 다른 보상규정을 적용한다. B~C등급의 활발한 이적이 이뤄질 것인지가 관심사다.
한편으로 FA 자격을 신청하지 않은 5명의 선수가 눈에 띈다. 주인공은 장원준, 오선진, 서건창, 민병헌, 나지완이다. 이들 중 민병헌은 시즌 막판 은퇴를 선언했다. 결국 나머지 4명은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2022-2023 FA 시장에서 다시 FA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들은 왜 자신이 뛸 팀을 선택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을까. 결국 애매한 성적과 입지, 냉정한 FA 시장 흐름을 읽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장원준의 경우 3년 연속 FA 자격을 행사하지 않았다. 두산과의 대형계약은 일찌감치 끝났다.
성적이 말해준다. 올 시즌 장원준은 32경기서 1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올해 두산의 포스트시즌 대장정서 단 1경기도 중용되지 못했다. 한때 KBO리그에서 으뜸가는 꾸준한 선발투수였으나 옛말이 됐다. 2017년 14승으로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통합 준우승을 이끈 뒤 4년 연속 표류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자책점이 9.92, 9.00, 12.71이었다. 방출 돼도 할 말 없는 성적이다.
오선진은 올 시즌 한화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23경기서 타율 0.214 2타점 5득점에 그쳤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서도 한 타석만 소화했다. 보상문턱이 낮은 C등급이지만,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서건창도 타격 부진이 결정타였다. 올 시즌에 앞서 키움과 '연봉 셀프 삭감' 사건이 있었다. 2020년에 연봉 3억5000만원을 받았으나 올해 2억2500만원에 사인했다. B등급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랬던 서건창은 후반기를 앞두고 LG로 이적했다. 144경기에 모두 나섰으나 타율 0.253 6홈런 52타점 78득점 OPS 0.693에 머물렀다. 더구나 시즌 후 A등급을 받으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LG 비 FA 선수들 중 연봉 3위였기 때문. 타 구단이 서건창을 데려가려면 지난 시즌 연봉 300% 보상금에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냉정하게 볼 때 A등급이라면 서건창의 운신의 폭은 좁아진다. 그럴 바에야 내년에 확실하게 부활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로 한 듯하다.
나지완도 타격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31경기서 타율 0.160 7타점 3득점 장타율 0.173 OPS 0.497에 그쳤다. 시즌 초반부터 복사근 부상이 있었고, 경기에 나가도 좋은 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B등급이지만, 역시 FA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간파한 듯하다. 서건창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부활해서 다시 FA를 신청하는 쪽을 택했다.
FA 시장은 냉정하다. S급에겐 '세 자리'(100억원대) 계약도 안기지만, 애매한 선수에겐 10~20억원대 계약도 쉽지 않은 게 최근 몇 년의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에는 말할 것도 없다. 구단들의 합리적이고 냉정한 투자 의지는 더 강력해졌다. 4인방의 FA 포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정이다.
[FA 권리 행사하지 않은 4인방(위), 서건창(가운데), 나지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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