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연상호 감독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옥'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상호 감독은 25일 오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1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아가며, 작품과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연출자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만든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서울역' '반도' '방법: 재차의' 등으로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를 구축한 바. '지옥'은 연상호 감독이 펼친 디스토피아의 정점을 보여주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차지,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지옥'의 전 세계 1위 기록 소감에 대해 "하루 만에 1위에 올라 '당황했다'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한 상태다. 당연히 주변분들한테 연락을 많이 받았다. '이분도?'라고 할 만큼 연락이 와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그가 더욱 얼떨떨한 심경인 이유는 "애초 넷플릭스와 '지옥'을 구상할 때부터 이 작품이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런 딥한 장르물을 즐겨 보는 분들이 좋아할 작품이 될 거 같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많은 분이 '지옥'을 봐주시고, 이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눠 주셔서 오히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기뻐했다.
특히 '지옥'은 '오징어 게임'에 이어 전 세계 안방극장을 정조준, K-콘텐츠 신드롬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연상호 감독은 이 같은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에 대해 "한국 영화, 드라마가 한 15년 전쯤부터 전 세계에 조금씩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최근 들어 폭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한국에는 좋은 작품들이 존재했고, 이를 알아봐 주는 세계인들의 존재가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결계'인데, 조금씩 금이 가다가 갑자기 쏟아져 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마치 지금 한국 콘텐츠가 앞서 10여 년 전부터 세계 시장이라고 하는 벽에 천천히 내기 시작했던 균열들이 결국 모여서 그 벽을 무너뜨리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지옥'이라는 직설적인 제목에 대해선 "처음엔 큰 의미를 담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렇게 짓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이 '지옥이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보고 지옥이라고 하는 실체가 없는 것을 떠올린 것일까. 그런 지점들이 큰 모티브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을 만들면서 주요하게 생각했던 건 기존의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기보다, 고지와 시연이라는 세계관을 짓고 마치 게임 속 메타버스(Metaverse) 같은 그 안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관해 자연스럽게 묘사하려 했다는 거다. 그래서 특정 사건은 오히려 빼려고 했다. 물론, '지옥'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이 실제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일들로 느껴지는 게 중요했지만, 특정 사건으로 보이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품을 만들 때 중요했던 포인트였다"라고 짚었다.
그는 "'지옥'은 코스믹 호러 장르 안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 이를 맞닥뜨린 인간들. 그 장르에 충실히 하자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대중적 사랑을 받기 위해선 이 작품 안에서 하는 인간들의 고민이 현실에 이어지는 우리의 고민과 닮아야 한다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연상호 감독은 시즌2에 관한 질문에 "시즌2라기보다는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에 대해 최기석 작가와 지난여름 정도부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만화로서 작업을 하기로 정해놓은 상태다. 내년 하반기 정도엔 만화로서 선보일 수 있을 거 같다. 영상화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추후 논의해 봐야 할 거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신생아의 지옥행 고지 의도를 많은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데, 후속작의 중요한 모티브다. 이후 일어날 일들에 대한 설명 같은 건 후속작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다소 과장된 표현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화살촉 리더 이동욱(김도윤)의 인터넷 방송 장면에 대한 연출 의도도 밝혔다. 극 중 화살촉은 종교단체 새진리회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집단이다.
연상호 감독은 "해당 신은 스피커의 시각적 실체에 대해 생각한 결과다. 스피커로서 충실히 사람들을 끌기 위한 목소리가 중요했다. 김도윤이 그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여러 방송을 보면서 열심히 리얼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쾌하다'라는 반응 역시, 저는 그런 식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성, 스피커를 리얼하게 실체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박정자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주목받고 있는 배우 김신록의 캐스팅 비하인드스토리도 들려줬다.
연상호 감독은 "김신록은 드라마 '방법'으로 처음 만났다. '방법'을 함께한 김용완 감독님이 당시 김신록을 굉장히 추천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신록은 연상호 감독이 각본가로 참여한 '방법'에서 백소진(정지소) 엄마 석희 역할로 출연한 바 있다.
연상호 감독은 "그전엔 김신록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버닝'에서 스티븐 연의 부잣집 친구 역할로 살짝 나오셨고, 그때까지만 해도 인상적인 배우인가 하는 생각은 못 했다. 근데 연극에서 연기가 엄청났기 때문에 김용완 감독님이 백소진 엄마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김용완 감독님이 보는 시선이 저와 맞을 거라 생각해서 '방법'에 섭외를 한 거다. 그렇게 '방법'을 통해 처음 봤는데, 저도 굉장히 놀랐다. 백소진 엄마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었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감상했다. 그래서 '지옥'의 박정자가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김신록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제안을 드린 거다"라고 밝혔다.
또한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 작업하며 제일 좋았던 건 감독과 배우가 아닌,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가 모여 같이 공연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제가 처음 이 세계를 떠올렸을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다들 현실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모든 배우, 스태프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사진 = 넷플릭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