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야구는 심리 게임이다. 단순히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것 이상으로 투수와 포수 그리고 타자는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해 경기 분위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때때로 감독은 퇴장을 불사하고 강하게 항의해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도 하고, 팀을 이끄는 간판선수나 베테랑들은 승부처라 판단되는 순간 필요 이상의 큰 제스처로 상대 선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심리를 이용한 작전의 일부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왔다.
키움 선발투수는 장재영이었다. 장재영은 1회초 선두타자 김현준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김성윤에게 기습 번트를 맞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1사 1루에서 구자욱을 상대로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한 장재영은 급기야 4구째 145km 패스트볼이 손에서 빠지며 구자욱의 왼쪽 허벅지를 맞혔다. 공에 맞은 구자욱은 깜짝 놀라며 헬멧을 던지려는 제스처를 취하며 마운드로 향했고, 구심과 옛 동료 이지영과 이원석이 구자욱의 앞을 막으며 일촉즉발의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렇게 구자욱은 1루로 천천히 걸어 나가게 됐다. 하지만 장재영의 표정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빨개진 얼굴로 모자를 벗은 채 오랜 시간 1루를 보며 구자욱의 상태를 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장재영은 155km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한번 긁히는 날은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 덕수고 시절부터 시속 150km 중반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를 구사해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을 정도였으나 항상 제구가 문제인 투수다. 키움은 장재영의 제구 문제를 투구 메커니즘의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고 보고 멘탈 관리에 힘쓰고 있다.
상대 팀이지만 구자욱도 장재영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오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한 투구에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도발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구자욱의 도발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이후 장재영은 볼넷, 볼넷, 보크, 볼넷, 볼넷, 그리고 김지찬에게 머리를 맞추며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장재영은 구자욱의 도발 이후 집중력을 잃고 난조를 보였고 결국 1회 넘기지 못하고 ⅔이닝 1피안타 6사사구 6실점 했다. 키움 마운드의 미래라 불리는 9억 팔의 사나이는 멘탈이 무너지며 최악의 투구를 했다.
한편 1회 이미 6득점 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한 삼성은 선발 백정현의 5⅔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 호투를 바탕으로 10-6으로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1회초 키움 장재영의 사구에 도발한 삼성 구자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