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그동안 이름 많이 불려주셔 감사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30일 "LG 트윈스 내야수 손호영과 투수 우강훈 간 트레이드를 실시했다"며 발표하며 "타격 능력을 갖춘 우타 내야수 뎁스 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최근 내야 뎁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가 6월부터 상무에 입대, 군 복무를 시작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범경기에서 내복사근 파열로 4~6주 동안 전열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을 하지 못한 날벼락이었다. 롯데는 한동희가 부상을 당하기 전부터 우타 내야 자원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었으나,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동희이 공백기를 갖게 됐고,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김민성이 부진하면서 그 시기가 당겨졌다.
김태형 감독은 30일 경기에 앞서 "현재 우리 팀의 내야 우타자로 (김)민성이와 정훈이 있지만, 주력 타자들 대부분이 좌타자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다가 LG에 있던 코치들이 적극적으로 (손호영을) 추천하더라"며 "손호영은 파워도 있고, 우타자로서 발도 빠른 편이다. 항상 기대를 받던 선수였다. 그런데 LG에서는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염경엽 감독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다"고 트레이드를 단행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롯데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우강훈이라는 출혈은 분명 컸다.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우강훈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막바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올해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기에 사령탑의 아쉬움도 컸다.
김태형 감독은 "주는 입장에서는 다 아깝다. 우리가 부족할 부분을 채우려면 어쩔 수 없었다. (우)강훈이가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며 "아쉽다. 사이드암으로 150km를 던지는 것은 쉽지가 않다. 경기 운영을 떠나서 앞으로 굉장히 좋아질 수 있는 선수"라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우강훈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강훈이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것은 29일 오후 1시 30분경이었다. 트레이드가 확정된 후 취재진과 만난 우강훈은 "오후에 운동을 하고 있다가 소식을 접했다. 감독님께 처음 들었다. 감독님께서 '소식 들었느냐. LG로 가게 됐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많이 놀랐다. 감독님께서 '가서 잘 하고, 잘 할 것이다'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우강훈의 트레이드는 롯데 선수단도 몰랐던 눈치였다. 훈련이 끝난 뒤 우강훈이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본 황성빈은 물론 같은 야탑고 출신의 윤동희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깜짝 놀란 눈치였다. 특히 롯데 '캡틴' 전준우는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우강훈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잘해"라고 많은 의미가 담긴 한마디를 건넨 뒤 "직구만 던지고"라며 농담을 통해 놀란 후배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제 막 군 복무를 마치고 1군에서 꽃을 피울 시기에 날아든 깜짝 트레이드 소식에 우강훈은 아쉬운 마음이 큰 듯했다. 그는 "롯데에 입단한 이후 상동(2군)에만 1년을 있다가 군대를 다녀온 뒤 이제 시작을 하려고 했는데, 트레이드가 돼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며 "작년 마지막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올해는 못 보여드린 것이 많았기 때문에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LG로 가게 돼 미안한 마음도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설위원으로 시간을 보낸 김태형 감독의 극찬을 이끌어냈고, 염경엽 감독의 눈까지 사로잡은 것은 그만큼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LG의 탄탄한 수비를 비롯해 KBO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되면 우강훈은 정우영의 뒤를 잇는 파이어볼러 사이드암 필승조로 거듭날 수 있다. 우강훈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게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강훈은 롯데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말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의 떨림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롯데 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는데, 안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가게 돼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동안 이름을 많이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추억을 갖고 가겠다"고 짧지만 큰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을 반갑게 맞아줄 LG 팬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우강훈은 "내가 상대했던 LG는 주축 1군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강했던 팀으로 기억한다. 생소한 얼굴이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게 LG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롯데를 상대로 잘 던지고 싶을 것 같다'는 말에 "네!"라고 힘차게 답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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