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묵을 배우는 시간 |저자: 코르넬리아 토프 |역자: 장혜경 |서교책방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친목 모임을 다녀온 날이었다. 모임 내내 즐거웠는데 어딘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 말이 오갔으나 우리가 정말 대화한 것인지 의문도 들었다. 각자 자기 할 말만 한 건 아니었을까. 제대로 들어준 게 맞을까. 잘 듣는 일, 바르게 듣는 일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어서 듣기에 관한 책을 뒤졌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 책을 만날 수 없었다.
<침묵을 배우는 시간>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듣기가 아니라 침묵이었음을.
상대방 말을 잘 들으려면 일단 내 말을 멈춰야 한다. 쉬어야 한다. 그 쉼이 바로 침묵이다. 듣기 전 단계인 셈이다. 그러니 침묵 없이는 듣기를 말할 수 없겠다.
오해는 하지 말자. 침묵은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답답함이 아니다. 무시나 무응답도 아니다. 입을 다무는 대신 표정과 몸짓으로 말한다.
<침묵을 배우는 시간> 저자는 적시에 침묵하면 지적이고 자신감 있고 이해심 많으며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침묵을 ‘잔잔한 물이 더 깊다’고 비유하며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힘이 세다고 설명한다.
혼자 있을 때의 침묵도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를 소음 속에 던져두는 일이 많다. 보지도 않으면서 TV를 켜 두거나 의미도 없이 SNS 속을 유랑한다.
저자는 우리가 정적을 견디지 못하는 건 자신과 대화, 즉 마음과 대화를 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소음을 끊고 침묵해 보자. 고요 속에서만 마음과 대화할 수 있다.
침묵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침묵을 난감하게 느낄 수도 있다. 침묵도 연습해야 한다. 각 장에서 안내하는 침묵훈련을 실천해 보면 훨씬 유익하겠다.
내 경우, 4장에서 설명한 ‘모든 소음 끊어보기’가 도움이 됐다. TV도, 스마트폰도 모두 끄고 고요 속에 나를 던져봤다. 처음에는 미세한 소리에도 신경이 거슬리더니 점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야 진정 쉬고 있단 느낌마저 들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자. 어떻게 잘 들을 수 있는지 궁금했던 나는 하나를 더 배웠다. 내 안의 소리를 잘 듣는 방법이다. 어쩌면 다른 이의 말을 잘 들어주거나 다른 이에게 내 말을 잘 들어달라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겠다. 이 책 덕분에 침묵을 배우며 내 마음에 귀 기울여 본다.
|북에디터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북에디터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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