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분해서 잠을 못 잤어요.”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는 한국시리즈 1~2차전서 눈에 띄지 않았다. 리드오프 중책을 맡았으나 6타수 무안타 2볼넷 2득점에 그쳤다. 1차전서는 잡기 힘든 3유간 타구를 기 막히게 걷어냈으나 1루에 악송구를 했다.
박찬호에게 가장 아쉬운 장면은 2-4로 뒤진 25일 3차전 9회초 2사 만루였다. 당시 박찬호는 삼성 마무리 김재윤의 2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3루 땅볼을 쳤다. 2루 대주자 박정우가 3루에서 포스아웃 되면서 경기종료.
사실 초구 142km 몸쪽 포심이 박찬호에겐 너무나도 아까웠다. 잘 잡아당겼다. 낮게 탄도를 그린 타구가 파울 지역에 떨어졌다. 외야 파울/페어 라인 기준, 파울 지역으로 살짝 들어간 타구였다. 삼성은 안도의 탄식을, 박찬호와 KIA는 안타까움의 탄식을 지른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26일 4차전을 앞두고 그 파울타구가 너무 아쉬운 나머지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몸쪽)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이었다. 그 공이 좀 더 가운데로 왔으면 안타가 아니라, (홈런)넘어갈 수도 있는, 그 정도의 노림수를 갖고 있었다. 많이 아쉬웠다. 그게 (파울 지역으로)나간 순간 끝난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팅을 했는데 운명이 삼성 쪽으로 갔다. 치는 순간 안타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박찬호가 노림수를 넘어 확신에 가까운 공이 들어왔음에도 파울이 됐다. 따지고 보면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꼬였다고 회상했다. “1차전 첫 타석 초구에 무조건 결과를 내겠다고 생각했는데 파울이 나더라. 거기서부터 흔들렸다. 내가 생각한 플랜이 첫 단추부터 꼬여버리니까. 기습번트도 댔는데…내가 생각한 한국시리즈와 달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찬호에겐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나 자신을 너무 쪼고 있더라. 너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타석에서 자세부터 움츠러들었다. 좀 더 편하게 하려고 한다. 아직도 힘이 덜 빠졌구나”라고 했다.
아예 박찬호는 “나는 ‘연체동물이다’라고 생각하고 완전히 힘을 빼고 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쳤는데도 빠르고 강한 타구가 나왔다.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힘을 빼고 해야 하는 게 한국시리즈”라고 했다.
박찬호의 3차전 9회초 2사 만루서 나온 그 파울이 안타가 됐다면 KIA가 26일 4차전 완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그 파울로 야구를 다시 깨달았다. 사실 그 타구가 아쉬웠을 뿐, 그날 박찬호는 2안타를 쳤다. 힘 빼고 쳐도 좋은 타구가 나온다는 걸 느꼈다. 지난 1~2년간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 기술적 완성도가 좋아졌기 때문에 힘을 빼도 된다.
박찬호는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따로 훈련하지 않고 러닝으로 가볍게 몸만 풀었다. 그리고 5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첫 장타(2루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는 표정에서 후련함이 읽혔다.
박찬호가 생애 첫 한국시리즈서 야구선수로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이제 KIA가 1승만 더하면, 박찬호가 그렇게 원하던 통합우승이 현실화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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