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 죄 안 지었습니다" 故 김수미 처절한 심경 담긴 일기 공개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고(故) 고(故) 배우 김수미가 41년간 써 내려간 생전의 일기가 책으로 출간된다.

12일 출간된 신간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는 김수미가 1983년부터 2024년까지 작성한 일기를 엮은 책으로, 그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30대였던 1983년부터 2024년까지 써 내려간 김수미의 일기는 80, 90년대를 거쳐 요즘 시대상까지 두루 반영하며 한 여자의 '억척스러운' 일생과 고민, 고뇌를 담아냈다.

김수미는 일기에서 책을 내는 이유를 솔직히 밝혔다. 그는 "이 책이 출간되면 가족들에게 파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는 마당에 내 남편, 내 자식이 부끄러울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이해할 거다. 아니면 말고"라며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삶의 철학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하며, 자신의 처절한 삶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교훈이 되길 바랐다.

일기에는 생전 불거진 법적 분쟁 과정에서 김수미가 느꼈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김수미는 별세 직전까지 아들 정명호씨와 함께 지분을 보유한 식품회사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피소돼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김수미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쓴 일기에 "하루하루가 고문"이라며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고 적었다.

기사 보도 당일인 2024년 1월 22일 자에는 "오늘 기사가 터졌다. 오히려 담담하다. 반박 기사를 냈다. 나쁜 놈. 나더러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라고 담담히 적으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나흘 뒤 일기에서는 "연예인이라 제대로 싸울 수 없다. 합의하는 게 최선이다. 안 되면 법으로 가야 하고. 주님, 도와주세요. 딸한테 1억이 다시 들어오게 돼서 다행이다"라면서도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저 아시죠? 횡령 아닙니다. 아시죠? 재판장님, 이 글을 쓰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라는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수미는 말년에 공황장애로 고통받았다. 지난 1월 일기에는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혔다. 김수미는 또 다른 날 일기에는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는 글을 남겼다.

고인의 가족들은 김수미가 생전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홈쇼핑 방송에 대해 "스트레스와 공황장애로 안정이 필요했지만 회사의 압박으로 출연을 강행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딸 정씨는 "홈쇼핑은 즐거운 마음으로 해도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어머니는 압박 속에서 힘겨워하셨다"고 회상했다.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수미는 전원일기의 '일용 엄마' 역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이후 '욕쟁이 할머니', '국민 엄마'로 불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쉼 없이 활동했던 그녀의 인생은 이번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인의 명복을 비는 49재는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에서 열렸다.

김하영 기자 hakim01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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