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T1 12%↓…고환율·인수대금에 방어 급급
동양·ABL, 저금리로 업황 악화…후순위채 발행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진행해 금융당국의 인가만 앞둔 상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정기 검사 결과가 재차 연기되면서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이에 더해 고환율과 저금리로 인한 보험사 업황 악화 등으로 인수 이후 자본비율을 방어하는 데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9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정기 검사 결과가 1월 중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2월 초로 연기됐다. 금감원은 “국회의 내란 국정조사, 정부 업무보고 일정, 임시 공휴일 지정 등으로 인해 발표 시점을 2월 초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중국 다자보험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금융당국의 인가만 앞뒀으나 5개월째 인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인가가 지연되는 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으로 금감원이 정기검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여부는 정기검사 결과에 따라 갈린다. 우리금융이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경영실태평가란 금융기관들의 경영부실위험을 파악하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충분치 않은 자본여력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자본 비율과 자산건전성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당국 권고치인 12%보다 낮은 11.96%다. CET1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13%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동양·ABL생명 인수가액을 납부하면 CET1은 더 낮아진다. 동양·ABL생명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동양생명 인수 지분 75.34%(1조 2840억원), ABL생명 100%(2654억원) 등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보험사를 인수하면 CET1이 0.06%포인트(p)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수 후에는 매년 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하면서 CET1을 방어하기도 급급해졌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 들어 대출을 줄이는 등 CET1 방어에 나섰으나 이후에도 고환율이 지속할 경우 CET1 하락이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은 1~3bp(1bp=0.01%포인트) 내려간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높아져 금융지주 대부분 3분기보다 자본비율 하락이 예상된다”며 “다만 우리금융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자본비율 방어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하락기를 맞아 생명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보험사는 금리가 내려가면 보유한 보험부채의 시가평가액 규모가 커져 자본이 줄어든다. ABL생명의 작년 6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04.68%로 감독당국 권고치인 150%에 미달했다. 동양생명의 킥스는 작년 6월 말 166.2%이지만 3분기 160.3%로 매분기 낮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에 자금을 투입할 경우 그만큼 자기자본이 줄어들면서 CET1이 낮아진다. 우리금융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인수 전 건전성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를 늘린 것이다. ABL생명은 지난해 9월 2000억원, 12월 3000억원 등 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동양생명도 작년 10월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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