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마음껏 쳐"
두산 베어스는 이번 겨울 코칭스태프에 큰 변화를 가져갔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T 위즈를 사대로 무릎을 꿇은 여파였다. 사상 최초로 4위 팀이 5위 팀에게 패배한 것도 굴욕적이었지만,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에 타격 파트에 있던 코칭스태프들이 팀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두산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박석민 코치의 합류를 공식화했다. 보직은 1군 타격코치. 박석민 코치는 지난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2008시즌부터 본격 주전으로 도약해 통산 18시즌 동안 1697경기에 출전해 1537안타 269홈런 1041타점 882득점 타율 0.287 OPS 0.893의 성적을 남겼다.
2016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뒤 2023시즌을 끝으로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은 박석민 코치는 곧바로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코치 연수를 통해 지도자의 생활을 준비했고 이승엽 감독의 부름에 화답, 11월 8일부터 두산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선수들을 파악하고 호흡을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15일 창단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본격 2025시즌의 일정을 시작했다.
창단기념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박석민 코치는 먼저 마무리캠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올 시즌이 기대가 된다"며 "베테랑 선수들은 알아서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번 스프링캠프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연습량을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두산의 이번 스프링캠프 테마는 확실하다. 바로 컨택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승엽 감독은 "2년 전 취임할 때 한국시리즈가 목표라고 했는데, 그 목표는 당연히 같다. 현재 경쟁 구도가 갖춰져 있다"며 "지난해 우리팀의 삼진이 많았다. 클러치 상황에서 헛스윙 비율도 높았다. 빅 찬스가 될 수 있는 걸 많이 놓쳤다. 때문에 이번 캠프에서는 컨택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컨택 비율을 높이면 인필드 타구가 많이 나온다. 그렇게 될 경우 상대의 실수가 나올 수도 있고, 안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선수들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두산의 1군 타격코치를 맡게 된 박석민 코치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박석민 코치는 "작년 삼진 비율이 높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조금만 변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옛날의 끈질긴 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마음가짐'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석민 코치는 "다음타 타자에게 연결을 해줄 줄 알고, 생각하는 야구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그런 마음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팀플레이 타격이다. 한 베이스를 더 보내서 2아웃 3루가 되면 투수도 부담이 있다. 무작정 짧게 치라는 것이 아니다.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자기 스윙을 하고, 이후엔 어떻게든 컨택을 하려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개인이 '영웅스윙'을 줄이고, 상황에 맞게 팀이 점수를 뽑고 승리할 수 있는 타격이 필요하다는 셈이다.
이어 "일본에서는 상황별 타격에 대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 어떻게든 (주자) 반대쪽으로 쳐서 주자를 진루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 때문에 일본이 야구를 잘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으로는 너무 그런 쪽으로만 연습을 많이 하더라. 스윙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에 따르면 박석민 코치는 노력형보다는 '천재형 타자'라고. 하지만 박석민 코치는 현역 시절 공부도 많이 하는 타자였다. 매 타석이 끝나면 메모를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선수들에게 이런 것들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하게 된다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박석민 코치의 생각이다.
"구단에도 전력 분석팀이 있지만, 결국 자신이 느끼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메모를 하면 야구 인생에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메모는 내가 했던 방식일 뿐"이라며 "나는 볼카운트마다 어떤 공이 오는지,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를 다 적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걸 보고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석민 코치는 "요즘 젊은 선수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공부를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치들도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하려고 한다. 나는 코치가 선수를 키운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하면 선수, 못하면 코치 탓이다. 두산에 잘할 것 같은 선수도, 잘 했으면 하는 선수도 있다. 내 느낌이지만 어린 선수들이 잘할 것 같다"며 "감독님이 컨택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까지 말하면 선수들이 부담을 느낀다. 나는 일단 '마음껏 쳐'라고 말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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