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배우 임지연이 '옥씨부인전'을 떠나보내며 아쉬움 가득한 소회를 털어놧다.
지난 26일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옥씨부인전'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담은 작품이다.
극중 임지연은 양반댁 아씨 옥태영의 삶을 살게 된 노비 구덕이 역을 맡아, 스스로 운명을 지혜롭게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인 여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임지연은 노비와 아씨를 오가며 비주얼부터 말투, 행동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휘몰아치는 서사를 힘있게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난 임지연은 "워낙 파란만장하다 보니까 애정이 더 넘치는 것 같다. 너무 많이 사랑했다. 아직도 구덕이를 보내주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슬프다. 보내주기 싫다. 종방연 이후로 배우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너무 슬프고, 2024년에 나의 전부였던 구덕이와 헤어진다는 생각에 뭉클하다. 그냥 이유 모를 애틋함과 뭉클함이 존재한다"고 '옥씨부인전'과 구덕이에 대한 애정을 담은 종영 소감을 전했다.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았다. 그는 "타이틀롤은 처음이다 보니까 부담감이 많았다. 뭔가 처음으로 느껴본 책임감이 컸던 거 같다"며 "아무래도 옥태영의 삶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고, 신분도 다양하게 보여드려야 되고, 그 안에 멜로도 있고, 외지부로서의 활약도 필요하고, 보여드릴 게 많아서 책임감이 컸다. 처음엔 타이틀롤 경험이 없다 보니까 많은 선배님들이 걱정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다. 근데 제가 저 한번 믿어봐달라고 리딩 날 말씀드릴 정도로 굳게 다짐하고 촬영에 처음 임했다. 현장에서 배우들, 스태프들과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겁도 먹고 부담감도 컸지만, 그럼에도 '옥씨부인전'에 출연을 결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인물이지만,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극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왕 도전하는 거 내가 제일 자신 없고, 제일 못할 것 같고, 제일 잘 안 어울릴 거 같은 사극이라는 장르를 '저 꽤나 잘 어울립니다', '열심히 했습니다' 마음껏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대본도 너무 좋았고, 그 안의 인물도 좋았다. 주저 많이 하면서 했다"
2014년 영화 '간신', 2016년 드라마 '대박'으로 사극을 경험해봤던 임지연인데, 왜 그렇게 사극을 두려워했냐는 물음에는 "그냥 사극이라는 장르가 굉장히 고되다는 걸 경험해봤다. 그땐 거의 신인이었으니까, 테크니션한 기본기가 없으면 다 탄로나는 게 사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서웠다"며 "한복이 어울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여자를 내가 과연 표현을 잘할 수 있을까 했다. 누가 얘기하진 않았지만 혼자 스스로 자격지심에 '나는 못할 거야', '왜 하필 사극이야'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창피하더라. 나는 새로운 걸 도전하고, 아무도 이 인물을 내가 어떻게 연기할까 기대해 주지 않아도 내가 끌리면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뭐가 무서워서 '이건 안되고 내가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하지?', '왜 초심을 잃었지?'라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내가 연진이도 했는데, 그건 쉬워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왜 사극을 못하지? 한번 보여주자' 생각하면서 제대로 뛰어들었다"고 털어놨다.
쉽지 않은 결정으로 뛰어든 '옥씨부인전'이지만, 성공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덕분에 구덕이와 옥태영은 임지연에게 넷플릭스 '더 글로리' 박연진에 이은 인생 캐릭터가 됐다. 임지연 역시 결과물에 만족할까.
"한편으론 아쉬운 것도 많다. 뭐 다른 작품들도 그랬지만, 연기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저기서 감정을 좀 더 갔어야 되는데 아니면 발음이 샌 것 같은데 하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고 스스로의 연기를 돌아보며 "그래도 제가 그렇게 고군분투하고, 구덕이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들이 잘 묻어난 것 같아서, 구덕이로서 사람들의 많은 응원을 받게 소화한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실제 임지연과 구덕이와 닮은 점을 묻자 "사실 제가 그냥 너무 닮고 싶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자기 자신의 방법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약자의 삶을 위해서 희생하고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 부분이 멋있어 보였고 닮고 싶었다"면서 "굳이 (닮은 점을) 찾자면 배우로서의 삶도, 사실 저는 특별하게 대단한 매력과 재능을 가진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노력이 결과를 빛내줄 것이라는 저만의 노력을 믿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가장 큰 자신감이 저의 노력이었다. 그런 끈기, 믿음이 겹치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이후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언급했다.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거의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분량이 정말 많았다. 워낙 지방 촬영이 많다 보니까 집을 떠나있는 시간도 많아서 공허함과 헛헛함, 부담감들이 저를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사실 구덕이가 노비니까 얼굴이 못 먹어서 야윈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했다. 보기 싫을 정도로 야위었으면 했다. 근데 워낙 스케줄이 빡빡하고 체력 소모가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되더라. 지금보다 4~5kg 덜 나가는 체중이었다. 그래도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힘들다. 연기할 때 마냥 행복했기 때문에 몸이 힘든 것도 즐길 수 있었다. 막 죽을 것 같이 쓰러질 거처럼 지치고 아파도 결국 해내니까 '나 진짜 대단하다' 싶은 순간도 있었다. 막 끙끙 앓으면서 당장 재판신 찍어야 돼서 대본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면 대견스럽다"
임지연에게 '옥씨부인전'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좌절할 때마다, 절망하고 뭔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으로 닮고 싶은 인물을 했다. 사실 저는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되게 약한 편인데, '난 대단해', '난 최고야'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난'이라는 말을 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거 같다. 물론 대본상으로 작가님이 그런 신들을 굉장히 유쾌하게 표현하셨고 방송에서도 유쾌하게 지나가지만, 그냥 스스로 '난 대단해', '난 최고야'라는 말을 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 안날 정도로 드물다. 그래서 '난 최고야'라는 말이 필요할 때마다 보고 싶은 드라마가 될 거 같다"
박서연 기자 lichts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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