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A to Z"
원작자 가와무라 겐키는 29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작품과 관련 궁금증 해결에 나섰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부터 영화 속 독특한 설정까지 예비관객들을 위해 핵심키워드의 비하인드를 풀었다.
# 제목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발칙한 제목은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 애초 이 작품의 제목은 지금과 달랐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이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봤을 때 내가 존재하는 세상과 없는 세상은 그리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얘기라 재미가 없잖아요. 그런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으로 정했을 때는 다 다른 답을 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엄청 슬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도 있을 거고 생각하기에 따라 다 다를 거라고 봤죠. 그래서 대중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이 제목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 악마가 고른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 선정 이유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뇌종양에 걸려 시한부를 선고받은 우편배달부(사토 타케루)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악마의 솔깃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다. 악마는 주인공의 물건 한 가지를 없애버리는 대신, 하루씩 생명을 연장해준다. 먼저 휴대전화를 시작으로 영화, 시계, 등을 없애버렸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만지고 있는 대상은 스마트폰이잖아요. 이 스마트폰이 없다면 사람의 행동은 어떻게 바뀔까 생각해 봤을 때, 여가 시간이 증가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주인공은 영화광이니까 영화를 더 즐겨 보겠죠. 영화가 없어져도 아무도 곤란하진 않겠지만, 절망할 사람들은 반드시 많을 거예요. 이게 생사랑은 상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형성하고 있진 않아도 절망감에 빠뜨릴 거 같은 물건을 지워가는 스토리로 정했어요. 또한 시계는 세상에 그 어떤 동물도 시간을 나누지 않는데 인간 만이 정한 룰이잖아요. 이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고양이는 누군가에겐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는데 영화나 소설 속에선 주인공의 어머니를 대변해요. 고양이는 어릴 적 어머니, 가족과의 추억을 상기 시키죠. 그래서 고양이가 사라지는 거야 말로 주인공이 사라지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 악마
가와무라 겐키는 성서의 창세기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태초에 신이 천지만물을 6일 동안 창조하고 7일째 쉬었다는 성경을 참고했다. 이에 그는 월요일엔 악마가 찾아오고, 화~토까지는 전화, 영화, 시계 등의 물건을 하나씩 없애는 걸로 글을 써내려갔다. 여기에서 주인공과 1인 2역의 악마 캐릭터도 탄생됐다.
"신이 7일 동안 세상을 창조한 뒤 아담과 이브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잖아요. 이 대목에서 악마는 인간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악마를 1인 2역으로 설정한 이유는 과거 뇌종양 환자가 병세로 인해 도플갱어를 본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또 악마가 등장하면 독자들이 재미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천사가 아닌 악마로 설정했습니다."
# 주인공의 모델
가와무라 겐키는 뇌종양에 걸린 주인공의 캐릭터를 고인이 된 친척어른에게서 찾았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그는 친척의 죽음을 겪고 큰 충격에 빠졌었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직전 남긴 발언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로 쓰였다. 고인은 "내가 죽어도 이 세상은 달라질게 없다. 계속해서 아침은 찾아올 것이다"라며 "너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는 존재를 잊게 될 거다"는 얘기를 전했다.
"주인공의 모델은 저의 친척 아저씨예요. 마흔 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당시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죠.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 거든요. 그때 느낀 생각들을 이 작품에 쏟아냈어요. 죽음을 앞둔 사람은 뭘 하고 싶을까가 아닌, 극 중 주인공의 어머니 대사처럼 '뭘 남기고 싶고, 해주고 싶을까'에 대해 생각해요. 친척분께 당신 이야기가 소설이 됐고, 영화화도 됐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 우편배달부
사토 타케루의 극 중 직업은 우편배달부이다. 영화에선 이것이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가와무라 겐키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이 직업을 설정했다.
"앞으로 50년 후에도 과연 이 직업이 존재할까?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손편지, 회전시계도 그렇고 50년 후에도 존재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정했습니다."
# 츠타야(하마다 가쿠)의 영화 추천작
극 중 사토 타케루는 영화광 설정으로 영화 속에선 반가운 명작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마다 가쿠의 다양한 추천작 역시 영화 팬들의 눈을 쫑끗 세우게 만들었다. 이 작품들은 지극히 가와무라 겐키의 '개취'(개인취향)이라고 한다.
"'태양을 훔친 남자',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임 라이트', '메트로폴리스', '언더그라운드'까지 전부 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네요(하하). 어느 시대의, 어떤 감독 등에 관계 없이 그냥 제 기준에서 좋은 작품들을 선택했어요. 좋은 영화는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생각하며 선택했습니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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