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2014년부터 ’ROAD FC 페더급 챔피언‘ 자리를 지켜왔던 최무겸(29, 최무겸짐)이 은퇴를 예고했다. 오는 11월 3일 열리는 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최무겸은 11월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XIAOMI ROAD FC 050에 출전, ‘페더급 호랑이’ 이정영(23, 쎈짐)과 맞대결한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무겸은 최근 ROAD FC가 진행한 ‘유쾌한 인터뷰’에 출연해 깜짝 발표를 했다. “경기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끝낼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 함께 방송에 출연한 권아솔, 박형근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4차 방어전을 앞두고 있던 터라 최무겸의 은퇴 예고는 파장이 크다. 갑작스런 은퇴 선언으로 MMA계가 술렁이고 있지만, 최무겸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일단 은퇴보다는 선수답게 방어전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은퇴를 예고한 최무겸은 ROAD FC를 통해 최초로 심경을 고백했고, 향후 거취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은퇴가 공식적으로 발표됐는데, 심정이 어떤가?
“은퇴 발표를 해도 사실 지금은 경기가 우선인 상황이다. 경기가 끝나고 발표한 게 아니고 경기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선수니까 일단 경기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을 것 같다.
“왜 은퇴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다. 주변에서 아쉬워하고,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 게 감사하다. 그래도 중요한 건 내 가족들과 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발표가 난 뒤 SNS에 글을 올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글을 올린 건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고, 왜 ROAD FC가 욕을 먹어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다. 왜 항상 안 좋은 시각으로 안 좋은 글들을 남기는지 모르겠다. 나는 군 제대 후 국내에 종합격투기 단체가 없어서 평범하게 살았지만, ROAD FC가 생겨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ROAD FC에서 이기고 지면서 성장했고, 챔피언도 됐고, 돈도 많이 벌었다. ROAD FC 챔피언이라서 알게 된 사람들도 많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경기를 안 잡아줘서 은퇴하냐’, ‘돈 떨어지면 돌아올 거냐’라고 조롱하는 댓글도 봤다. 이 부분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돈 때문이었으면 ROAD FC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하는 게 맞다. 파이트머니도 많이 받고 있다. ROAD FC에서 경기를 안 잡아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ROAD FC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ROAD FC에 도움 받은 게 많다. 정문홍 前 대표님이 대표로 계셨을 때부터다. 운동하다 치아가 부러져서 임플란트를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치과라도 알아보려고 SNS에 글을 올렸는데, 정문홍 前 대표님께서 원주로 오라고 연락을 주셨다. 덕분에 그때 원주 지연 치과의 지연 원장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플 때 제일 힘든데, 다쳤을 때도 ROAD FC 사무실 직원들이 많이 챙겨주셨다. 외국경기도 같이 몇 번 간 적이 있었다. 카자흐스탄과 필리핀이었는데, 대표님과는 좋은 기억만 있다. 워낙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정신적으로 의지가 됐다. 정문홍 前 대표님의 말씀이 동기부여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집중해서 경기 끝내고 싶다. 쉬면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여자친구와 오래 만난 사이라고 알고 있는데?
“2013년에 처음 만났다. 체육관 관원이었고, 운동하다가 만나게 됐다. 내가 다시 운동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지 7개월쯤 됐을 때였다. 만나고 보니까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계속 만나게 됐다. 편의점, 커피배달, PC방 등 아르바이트를 여러 가지 했었다. 여자친구가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데이트 비용을 거의 다 내줬다. 운동 용품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주고, 운동하다가 슬럼프가 오면 이해해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맙다.”
-여자친구도 은퇴를 굉장히 아쉬워했을 것 같다.
“시원섭섭한 것 같다. 항상 ‘오빠는 케이지 위에 있을 때가 제일 멋있다’라고 말해주는 여자친구다. 선수 생활이 끝나면 여자친구에게 신경은 더 써주겠지만, 선수의 모습은 못 보냐고 아쉬워한다.”
-부모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
“사실 부모님은 예전부터 내가 선수 생활하는 걸 좋아하시지 않았다. 어머니는 현장에서 경기를 보신 적이 한 번도 없다. 못 보겠다고 하셨다. 처음 챔피언이 됐을 때 은퇴하라고 하셨는데, 지금 은퇴한다고 하니까 잘 선택했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질 때는 속상해 하시고, 아들이 챔피언이라고 자랑도 하셨는데, 그만둔다니 시원섭섭해 하신다.”
-결혼 계획은 언제쯤인지 알려줄 수 있나?
“ROAD FC에서 선수 생활 하면서 아파트를 하나 샀다. 계약한 아파트가 내년 말에 완공돼서 그때로 계획하고 있다. 그때 입주할 수 있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체육관에 집중할 계획인가?
“일단 체육관에 집중해서 관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ROAD FC에서 성공한 만큼, ROAD FC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 선수를 하지 않더라도 ROAD FC와 관련된 건 다 하고 싶다.”
-지도자와 관련된 걸 말하는 건가?
“맞다. ROAD FC에서 종합격투기 대중화를 위해 많은 것을 해왔고, 지금도 해오고 있다. 내 체육관도 있지만, 유소년 선수들이나 전국에 있는 유망주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ROAD FC 체육관이 전국에 1000개 가까이 있다. 중국와 일본에도 체육관이 있다. 김수철 선수, 이윤준 선수가 전국에 있는 협회와 MMA 보급과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들을 가르쳐주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얘기를 한 건 아니지만, 경기가 끝나면 얘기해서 ROAD FC와 계속 함께 하고 싶다.”
-평소의 지도 스타일은 어떤가?
“지도에 대한 평가는 내가 아닌 관원들이 하는 것이다. 수업할 때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고 회식도 자주하면서 친해지려고 한다. 운동할 때는 관장이지만, 밖에서는 친구처럼 형-동생 사이로 편하게 지내는 관장이 되려고 한다. 요즘 경기 준비하느라 코치들에게 체육관을 맡겨놨는데, 관원들이 나보고 관장님 수업은 언제하시냐고 묻기도 한다.”
-케이지가 그리울 텐데?
“바로 그리울 것 같지는 않을 거 같다. 지금은 경기를 앞둔 상황이기도 하고…. 그래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솔직히 그리울 것 같긴 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기나 선수가 있나?
“처음 타이틀전을 했던 권배용 선수와의 경기가 기억난다. 그때 챔피언이 됐는데, 사실 나도 챔피언이 될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기고 나서 ‘나도 이만큼 실력이 성장했구나’라고 처음 느꼈다.”
-이윤준 선수와의 경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윤준이 형은 정말 강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때 실력으로 졌다. 한 체급 아래의 선수였지만, 당시 윤준이 형 실력이라면 웬만한 페더급 선수들은 다 질 것 같다. 현재 열심히 재활하면서 ROAD FC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못하면 정말 끔찍한 일인데,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곧 윤준이 형과 함께 ROAD FC의 일을 하고 싶다.”
-선수 생활에 아쉬움이 남는 점은 없나?
“몸 관리를 못해서 100만불 토너먼트에 못 나간 게 아쉽다. 그때 내가 한 체급 위에 도전을 하고 싶었고, ROAD FC에서도 도전을 허락해주셨다. 다치는 바람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토너먼트에 도전을 못한 게 정말 아쉽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래 재미없는 챔피언이어서 관심이 많이 없었는데, 은퇴한다는 소식에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웬만하면 돌아오지 않을 거다. 돌아온다고 해도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지는 않을 거다. 만약 돌아온다면 정말 구미가 당기는 빅매치면 돌아오지 않을까. 지금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챔피언으로, ROAD FC 역사에 남는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 내 별명이 Steel Heart인데, 별명과 다르게 경기 중에는 왜 강심장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Steel Heart는 강심장이 아니라 침착하다는 의미다. 내 별명도 그렇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최무겸.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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