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작년 같으면 그냥 벤치에 앉혀놔야 했죠."
KBO리그는 올 시즌 부상자명단 제도를 도입했다. 10일, 15일, 30일 짜리가 있다. 한 시즌에 최대 30일간 올라갈 수 있다. 물론 해당 선수는 그 기간 1군에서 빠진다. 하지만, 1군 등록일수를 보장 받는다. FA 자격 획득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부상에서 회복하면 즉시 1군 복귀가 가능하다. 즉, 10일 부상자명단이라고 해서 굳이 열흘을 꽉 채우지 않아도 된다. 대신 부상자명단에 오른 선수는 KBO에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악용을 막기 위해서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큰 부상이 아닌데 1~2일, 2~3일 정도 쉬어야 하는 선수가 발생한다. 부상자명단 제도가 없던 시절에 감독들의 큰 고민이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24일 수원 NC전이 취소된 뒤 "그냥 벤치에 앉혀놔야 했죠"라고 했다.
그럴 경우 해당 팀은 평소보다 엔트리를 1명 적게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2~3일 정도만 쉬면 되는데, 1군에서 빠지면 최소 열흘간 다시 1군에 등록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나머지 기간이 아까워 어쩔 수 없이 벤치에 앉혀뒀다는 게 이 감독 발언의 의미다.
그러나 이제 그럴 일이 없다. 10일 부상자명단에 올라가도, 3~4일만에 복귀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그런 케이스였다. FA 등록일수도 채우고, 몸도 깔끔하게 회복했다. 23일 잠실 LG전서는 홈런 두 방을 몰아쳤다.
NC 이동욱 감독은 "갑작스럽게 신설됐는데 선수들에겐 FA 일수를 채우니 좋다. 감독으로선 '(부상자를 1군에서)빼기도 어렵고, 안 빼자니 좀 그런' 상황이 생긴다. 부상자명단 제도가 감독과 선수에게 서로 좋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NC의 경우 간판스타 양의지가 이석증에 시달리자 부상자명단에 올랐다가 최근 복귀했다.
이제 감독들은 잔부상이 있는 선수를 부담 없이 부상자명단에 올린다. 덕아웃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강철 감독은 23일 경기서 자신의 타구에 무릎이 부은 박경수를 10일 부상자명단에 올리면서 "못 쓰면 그 선수는 2~3일간 앉아만 있는 건데 그 선수도 눈치가 보인다"라고 했다.
또 하나. 부상자명단에 올린 선수 대신 1군에 올라온 2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기존 선수가 3~4일만에 올라오면 그 선수는 3~4일만에 2군에 간다. 그래도 이강철 감독은 "(1군에서)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KT는 박경수가 부상자명단에 가자 김병희가 올라왔다.
심지어 이강철 감독은 "그렇게 해서 1군에 살아남는 선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잠깐이라도 1군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2군 선수는 나중에 또 다른 선수의 부상 혹은 부진으로 엔트리 조정을 해야 할 때 우선적으로 선택 받을 수도 있다.
결국 부상자명단 제도가 KBO리그의 건전한 경쟁과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이강철 감독은 "2군 선수들에겐 좋다. 나 역시 그 선수들을 1군에서 보게 돼 좋다"라고 했다.
[박경수(위), 양의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