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족 여행도 같이 갈 정도로 친했다."
뉴 타이거즈를 이끄는 KIA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은 1973년생 동갑내기이자 1996년 입단동기다. 장 단장은 중앙대, 김 감독은 고려대를 졸업했다. 선수 시절은 비교할 바 없었다. 김 감독은 타이거즈 1차지명자로서 입단하자마자 두각을 드러냈다. 수비형 2루수로 골든글러브와 도루왕에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멤버였다.
장 단장은 현대 색깔이 강하다. 주전보다 대타, 백업으로 보낸 세월이 길었다. 2002년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3년간 광주에서 현역 마지막 시절을 보냈다. 이때 두 사람은 한솥밥을 먹으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장 단장은 2004시즌 후 은퇴하고 친정으로 돌아가 프런트 생활을 시작했고, 김 감독은 2009년까지 뛰다 은퇴했다. 은퇴한 뒤에는 계속 타이거즈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지도자를 한 기간은 김 감독이 훨씬 길다. 그러나 장 단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히어로즈 사령탑을 역임했다. 김 감독은 "단장님은 감독 선배다. 예전부터 말씀도 잘 하시고 유머감각도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야구도 예쁘게 잘 하셨다"라고 했다. 장 단장은 "사실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만나긴 어려웠다. 내가 감독까지 하면서 연락도 자주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3년간의 한솥밥이었지만, 동갑내기 두 인사는 친분을 꽤 쌓았다. 장 단장은 "가족여행도 같이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했다. 김 감독도 27일 한화와의 홈 연습경기를 생중계한 KIA 유튜브 갸티비에 출연해 이 얘기를 했다.
그랬던 두 사람은 17년만에 재회해 타이거즈의 부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두 사람의 성격이 약간 달라서 잘 맞는 것 같다. 김 감독은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상남자 스타일이다. 별명 '한 남자'를 두고서도 "가장 마음에 든다"라고 했다.
장 단장은 키움 감독을 그만둔 뒤 2년간 KBS N에서 해설위원을 맡아 호평 받았다. 말을 상당히 조리있게 하는 스타일이다. 유머감각도 넘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귀를 열고 서로의 얘기를 경청한다.
사실 김 감독이 27일 한화전 3~4회, 2이닝 동안 갸티비에 출연한 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장 단장은 26일 경기에 일찌감치 특별해설이 예정됐고, 팬들과 소통을 하다 김 감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출연을 부탁했다. 이를 김 감독이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김 감독은 "단장님은 전문 해설위원이었고 달변가인데, 나는 짧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도 2이닝 동안 팬들과 원활하게 소통했다.
흥미로운 건 그런 두 사람은 작년 11월 재회 후 존댓말을 하는 사이라는 점이다. 예전에 친했고, 한동안 연락을 많이 하지 못해 데면데면한 게 아니다. 단장과 감독이라는 직책을 서로 존중하기 때문이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단장님과 입단동기였고 한솥밥도 먹었지만, 서로 존대를 하는 사이다. 사석에선 반말도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계속 존댓말을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시즌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두 사람이 편하게 말할 사석이 있을까. 일상생활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존댓말을 하는 케이스가 있다. 기자도 그런 편이다.
두 사람은 존댓말을 하는 사이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오히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한다. 훗날 두 사람이 다시 가족여행을 떠나 지금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다면, 타이거즈는 밝은 새 역사를 창조한 것이다.
[KIA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단장.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