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제작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중개를 담당하는 출판사 창작과비평(이하 창비) 역시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실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에 창비는 5일 해당 사안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고 손 작가에게 공식 사과했다.
창비는 "본사 출간 도서인 손원평 장편 '아몬드'를 원작으로 하는 해당 극(2019년 9월 초연, 2021년 5월 제2차 공연, 2022년 5월 제3차 공연)의 제4차 공연 기획이 저작권자 및 저작권 중개를 담당하는 출판사의 허가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10월 17일 용인문화재단의 온라인 보도자료를 통해 발견했다"며 이에 "10월 18일 제작 재단과 극단 측에 이 사안에 대해 항의하고 경위 파악 및 사실 확인, 계약 조건 전달을 요청했다. 이후 11월 29일 극단 측 계약 조건을 최종 수령하고 저작권자인 작가에게 해당 사안을 알리고 2차적 저작물 사용 허가 여부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연부터 공연을 올린 극단 측과 용인문화재단의 공연을 주관한 고양문화재단에 항의하는 한편, '아몬드'가 기존에 연극이나 뮤지컬로 상연된 전례에 따라 극단과 사용 조건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미리 작가에게 알리지 못하고 협의가 지연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인 작가가 허락하지 않은 공연이 계약 없이 준비되도록 하고, 계약 조건을 포함한 재공연 사실을 공연 시작 4일 전에 알리는 등 저작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작가에게 신속히 공유하고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게 됐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작가는 연극이 갑자기 취소될 경우 발생할 배우들과 관객들의 혼란과 갖가지 문제들을 우려해서 연극 상연의 중지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커다란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희는 소설 작품을 영화나 연극으로 만드는 것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여 온 작가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번 일을 진행하다가 2차적 저작물 관리에 있어 저작권자의 허락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간과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실히 보호하지 못했다"며 "이 과정에서 심적 고통을 받으신 저작권자 손원평 작가님께 깊이 사과드린다. 또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절차를 점검하고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창비는 사과문에 손 작가의 입장문도 함께 실었다.
손 작가는 "'작가의 기본적인 권리가 지켜지고 있음'이라는 최소한의 조건만 확인한 후 오로지 작품 창작에 집중하는 것. 그 이외의 일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 그것이 작가로서 제가 지켜왔던 중요한 원칙이자 루틴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본 공연은 저자와 출판사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확정된 장소와 날짜를 가지고 홍보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해, 뒤늦게 10월 17일 보도자료로 그 사실을 알게 된 창비 청소년출판부와 저작권부가 이미 작가/출판사의 동의 없이 날짜까지 명기돼 상업적 홍보가 되고 있는 위중한 저작권 침해의 상황에 대해 해당 사안을 저지하거나 강력한 해명을 요구하지 않은 채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후 6주간이나 오로지 민새롬 연출과만 교류하며 저자이자 저작권자인 저에게 본건의 발생과 확정된 날짜의 공연 사실을 일체 알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손 작가는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저작권자의 동의'는 가장 후순위로 미뤄졌으며 저작권자이자 작가인 저는 본 공연을 예매한 관객보다도 늦게 공연 4일 전 '아몬드'의 공연화를 알게됐다"며 "민새롬 연출은 개인적인 건강상의 이유와 불찰, 안일, 창비의 양측 부서는 불찰, 안일, 더 좋은 조건을 위한 협의, 민 연출과 연락이 닿지 않았음 등의 이유를 들며 수개월간의 과정에 대해 해명하였으나 저는 그들이 위법에 준하는 위중한 사안을 작가에게 알리지 않은 시간이 너무 긴 데 대해 계속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작가의 울타리가 돼야 할 출판사 편집부, 작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출판사 저작권부, 그리고 어찌 보면 창작자라는 면에서 한 명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연극 연출자가 '저작권'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허약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가 너무도 여실히 드러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고 불건강하게 자리잡는 일에 방관하며 창작자의 영혼이 아무렇지도 않게 증발하는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리게 됐다"는 손 작가는 "창비는 저자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는 출판사로서 뼈를 깎는 쇄신과 혁신을 거쳐야 한다. 처음 허가도 받지 않은 공연이 날짜까지 정해져 홍보되고 있음을 알게 된 상황으로 돌아가 허가 없이 저작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공표한 민 연출과 기타의 주체들에게 작가를 대리해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를 이제라도 수행해야 한다. 그 절차를 즉시 수행해야 할 창비 내부의 복수의 팀과 다수의 책임자가 오히려 안일한 불찰이라는 명목하에 해당 사안을 장기간 묵인하고 방치했으므로 그들에 대해서도 역시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사진 = 창비]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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