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만족은 없었다. LG 트윈스가 갈 길이 바쁜 롯데 자이언츠의 발목을 제대로 붙잡고, 전날(3일) 하지 못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LG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7-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으며 3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LG는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가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84구, 6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역투하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타선에서는 오지환이 4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로 승리의 선봉장에 섰고, 오스틴 딘이 2안타 1득점, 박동원-문성주-김민성-신민재가 모두 1타점씩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LG는 지난 3일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LG는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대권 도전'에 실패했다. LG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결정했고,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염경엽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것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LG의 장점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 있다는 것. 또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이 갖춰져 있다. 우승 감독이 꿈이다.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의 감독이 됐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우승을 향한 욕심을 드러내며 "일단 페넌트레이스 1등을 해야 우승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선을 다해서 페넌트레이스 1등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에서 사령탑을 역임하던 시절 단 한 번도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가져보지 못했던 염경엽 감독은 마침내 꿈을 이뤘다. 지난 3일 LG의 경기가 없는 가운데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모두 패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매직넘버가 사라졌고, LG는 부산 원정을 향해 떠나던 버스 안에서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염경엽 감독은 4일 경기에 앞서 "내가 상상했던 것은 잠실구장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1등을 하면 펑펑 울었을 거라는게 머리에 항상 머리에 있었는데, 어제는 눈물 한 방울이 안 나더라. 우승이 확정된 후 (김)현수한에게 전화가 왔다. 야수 버스에서 스피커폰을 해놓고 '감독님 축하합니다!'하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나는 기사분과 둘이 앉아있는데 무슨 감흥이 있었겠나. 차라리 버스라도 탔으면 모르겠는데"라고 아쉬워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원정 경기를 위해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우승을 경험했기에 29년 만에 '왕좌'에 오른 기쁨이 반이 됐다. 하지만 LG는 우승이 확정된 직후 4일 롯데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미약하지만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됐다.
# 물이 오른 타격감,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한 롯데
정규시즌 우승을 최종 확정지은 LG와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살리기 위한 롯데의 경기 초반 주도권은 롯데가 쥐었다. 롯데는 최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와 6연전에서 무려 42점을 뽑아낼 정도로 타격감이 물이 제대로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좋은 흐름은 이날 경기 초반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강남이 LG의 3루수 김민성의 글러브를 맞고 튀는 내야 안타를 터뜨리며 포문을 열었고, 후속타자 김민석이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폭발시켰다. 이때 LG는 우익수-2루수-유격수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를 펼쳤는데 오지환이 포구 실책을 범했고, 이 틈에 3루 주자 유강남이 홈까지 파고들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롯데는 곧바로 간격을 벌려나갔다. 롯데는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훈이 안타를 쳐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준우가 LG 선발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의 초구 146km에 힘차게 방망이를 내밀었다. 전준우의 타구는 무려 166.6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 홈런으로 연결됐다. 시즌 16호 홈런.
# 정규시즌 우승에도 주전+필승조 총 투입, 최선을 다한 LG
LG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LG는 4회초 김현수가 기습번트를 통해 투수 왼쪽 방면에 내야 안타를 뽑아내며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오지환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고, 후속타자 박동원이 추격의 적시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1, 3루 찬스에서는 문성주가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는 희생플라이를 쳐 2-3으로 롯데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롯데는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기 위해 6회부터 '필승조'를 투입했다. 하지만 흐름을 탄 LG의 방망이는 매서웠다. LG는 6회초 선두타자 오스틴 딘이 롯데의 바뀐 투수 구승민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내며 물꼬를 텄고, 후속타자 오지환이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3-3으로 균형을 맞췄다. 계속해서 LG는 박동원의 몸에 맞는 볼과 문성주의 희생플라이로 1사 2, 3루 기회를 이어갔고, 김민성의 역전 적시타와 신민재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보태며 5-3까지 간격을 벌렸다.
LG는 선발 켈리가 5회에 이어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켈리는 선두타자 노진혁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유강남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김민석을 삼진, 이학주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승리가 가까워지자 LG는 본격 필승조를 투입하며 뒷문 단속에 나섰다.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됐지만, 최선을 다해 롯데와 맞붙었다.
# 경기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엘롯라시코, 하지만 LG가 웃었다!
LG가 승리를 굳혀나가고 있던 중 롯데의 방망이가 다시 한번 폭발했다. 롯데는 6~7회 선두타자가 모두 2루타를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8회는 조금 달랐다. LG는 승기를 굳히기 위해 켈리(6이닝)-유영찬(1이닝)에 이어 박명근을 마운드에 올리며 총력전을 펼쳤는데, 롯데가 이를 무너뜨렸다. 홈 구장인 사직에서의 우승 자축을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8회말 선두타자 전준우가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치고 출루하며 물꼬를 트더니, 노진혁이 방면근의 3구째 131km 체인지업을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LG를 5-4까지 좁혔다. 흐름을 타기 시작한 롯데는 곧바로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롯데는 이어지는 무사 2루에서 유강남이 박명근의 3구째 146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고, 무려 170km의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경기는 곧바로 LG 쪽으로 기울었다. 롯데는 승부를 매듭짓기 위해 '장발클로저' 김원중을 투입했는데, LG는 홍창기와 박해민이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1,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김현수의 2루수 땅볼 때 홍창기가 홈을 밟으면서 6-6으로 균형을 이뤘고, LG는 오지환이 투수 김원중의 글러브에 맞고 튀는 1타점 내야 안타를 쳐 7-6으로 다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LG는 8회말 수비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백승현이 그대로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선두타자 정훈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주자 최동환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최동환이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매듭지으며, 버스 안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29년 만의 우승을 자축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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