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립을 제대로 못했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7)에게 작년에 가장 많이 들은 얘기였다. 2023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 충실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어깨 통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6월 중순 전역과 함께 KIA로 복귀했으나 성적표는 최악이었다.
67경기서 239타수 61안타 타율 0.255 1홈런 23타점 37득점. 설상가상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 준비과정에서 종아리에 타구를 맞아 부상,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경기를 뛰지 못했다. KIA에 복귀한 뒤에도 뛰기 어려웠다.
여기에 1루 수비는 확실히 익숙지 않았다. 전임 감독으로부터 전역 약 1주일 전에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1루 수비 연습을 했지만, 실전서 불안한 모습을 잇따라 노출했다. 물론 과거 1루수도 해봤지만, 전문적으로 한 포지션을 오래 맡아 본 선수가 아니다.
결국 자신이 가장 편안한 외야로 이동했다. 타격이 안 풀리는데 부상도 있었고, 수비도 부담이 있었다. 한 마디로 2023년 최원준의 야구는 다 꼬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이범호 감독은 일단 최원준을 철저히 외야수로 쓴다. 그리고 최원준은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철저히 타격훈련을 소화했다.
종아리부상은 캠프 합류 전에 회복했고, 익숙한 중견수를 맡으면서 팀도 최원준도 사는 방법이 열렸다. 그리고 “올해는 타격을 정립했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범호 감독은 최원준을 2번에 배치, 1번 박찬호, 3번 김도영 사이에서 시너지를 기대했다. 정교하고 발 빠른, 특유의 야구를 보여달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시범경기 10경기서 27타수 2안타 타율 0.074 1홈런 1타점 3볼넷에 그쳤다. 결국 2번에서도 탈락했고, 9번으로 내려갔다. 마침 김도영도 3번보다 2번에서 치는 게 성적이 좋았다. 이범호 감독의 1번 박찬호~2번 최원준~3번 김도영 트리플세터 카드는 일단 접었다.
결국 좌투수가 나오면 이창진에게 선발출전 기회를 넘겨주고 벤치에 앉기도 했다. 뎁스가 두꺼운 KIA가 부진한 최원준에게 기회를 꾸준히 주긴 어려웠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시즌 첫 2안트를 쳤으나 이후 3경기서 10타수 1안타. 시즌 초반이지만 타율 0.211.
그래서 3~4일 수원 KT 위즈전 2안타는 고비를 넘기는 한 방으로 해석된다. 9번 타자로서 상위타선에 두 번이나 밥상을 차려줬다. 특히 4일에는 9번 최원준~1번 박찬호~2번 김도영으로 이어지는, 전임감독 버전의 트리플세터를 가동해 재미를 봤다.
최원준은 2회 2사 1,2루서 윌리엄 쿠에바스의 투심이 바깥쪽으로 들어오자 힘을 들이지 않고 툭 밀어 좌선상에 떨궜다. 선제 2타점 2루타. 이후 4회에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힘 있게 잡아당겨 우중간안타를 쳤다. 중계방송에서 잡힌 최원준의 얼굴에서 후련한 표정이 읽혔다.
연이틀 2안타를 날리니 시즌 타율도 0.308까지 치솟았다. 시즌 초반이라 표본이 적어 큰 의미는 없다. 등락이 심한 시기다. 그러나 기왕이면 수치는 좋아야 부담을 덜어내고 타격에 임할 수 있다. 시즌 초반에 저조하면 결국 시즌 중반 이후 애버리지 회복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상 컨디션의 최원준이라면, 9번 타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 KIA 타선이 막강해 9번 타자와 어울리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래도 발 빠르고 정확한 타격의 최원준이라면 이범호 감독의 초기구상대로 2번에 가는 게 마침맞다. 박찬호~최원준~김도영의 1~3번 트리플세터는 언젠가 다시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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