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인생은 알 수 없기에 더욱 흥미롭다. 홍현빈은 2024시즌 오승환을 상대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쳐냈다. 시즌 종료 후 KT 위즈에서 방출됐고, 끝내기 안타를 쳤던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야구 인생 2막을 연 홍현빈의 마음가짐은 "그냥 즐겨"로 요약할 수 있다.
매송중-유신고를 졸업한 홍현빈은 2017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외야수 최대어로 평가받았고, 이에 걸맞게 외야수 중 가장 빠른 순번에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매년 2할대 초반 타율을 맴돌며 대수비, 대주자로 출전하기 일쑤였다. 퓨처스리그에서는 3할을 육박하는 타율과 4할대의 출루율을 보였지만, 1군에서는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4년 삼성을 상대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홍현빈은 6월 28일 삼성전 대타 장성우의 대수비로 경기에 투입됐다. 팀이 3-4로 뒤진 9회말 1사 1, 3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고, 오승환의 초구 134km/h 슬라이더를 때려 우익수 쪽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뽑았다. 장타를 직감한 듯 모든 주자가 스타트를 끊었다. 1루 주자까지 홈을 파고들며, 홍현빈은 끝내기 2타점 3루타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홍현빈은 "꿈만 같고 얼떨떨하다. 내가 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다. 어떻게 (안타를) 쳤는지 가물가물하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야구 인생 첫 끝내기 '안타'다. 홍현빈은 "중학교 때 외야 플라이로 쳤던 기억은 있다. 이렇게 깔끔하게 안타로 쳐본 건 처음 같다"고 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까지 홍현빈은 퓨처스리그에서도 끝내기 기록이 없었다.
홍현빈은 "올해는 마인드셋을 준비 잘해서 '묵묵하게 하자'란 마음을 먹었다. 이번을 계기로 터닝포인트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 보여드렸으니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매서웠다. 2024시즌 홍현빈은 28경기에서 타율 0.222에 그쳤고, 시즌 종료 후 구단에서 방출됐다.
KT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홍현빈은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하는 외야수다. 이를 눈여겨본 삼성이 홍현빈을 영입했다.
홍현빈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997년생으로 이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나이다.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에 마음도 더욱 절실할 터.
삼성 공식 유튜브 채널 'LionsTV' 6일 선수단의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홍현빈의 모자에는 "그냥 즐겨"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현재 마음가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부동의 주전 구자욱과 김지찬이 중견수와 코너 외야 한 자리를 맡고 있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이성규, 김헌곤, 윤정빈 등이 경쟁을 펼친다. 냉정하게 홍현빈은 외야 백업 싸움을 해야 한다.
다만 홍현빈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홍현빈은 수준급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주루는 물론 선구안도 뛰어난 편이다. 방망이 실력만 보여준다면 중견수 백업으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2025년 홍현빈은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사자 군단의 새바람이 될 수 있을까.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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